1. 영혼이 손톱만큼도 깃들지 않은 '산채비빔밥'을 먹고 왔다. 그래도 싹싹 긁어서 깨끗하게 비워냈다. 다 그런 법 아니던가.
2. 내 또래나 좀 더 나이든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놀랄 때가 있다. 나도 아는 누군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그 사람이 젊을 때는 예뻤대다 그래서 남자들이 좋아했다나... 상상이 쉽게 가질 않는 것이다. 아. 이 사람들도 한 때 꽃다운 때가 있었겠구나 싶은 것이다. 이런 얘길를 종종 듣지만 '감히' 나 스스로를그 선상에 올릴 생각은 하지 못했다. 요즘엔 내 또래나 심지어 선배보다 오히려 나이들어 보인다는 얘기를 드물지만 듣게되기도 한다. 그렇게 나이를 먹는구나. 그렇게 젊음을 청춘을 잃는구나. 예를 들어 고종석 선생. 지금 읽고 있는 소설 "제망매가"의 저자. 분명히 그 양반의 경험에 가까울 소설... 그 민머리 중년 선생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라니. 그리고 지금도 여자를 무척 밝히는 사람이라니... 더벅머리 소년과 청년에게 여성은 로맨스지만, 민머리 중년에겐 밝힘증이나 추태로 보이지 않는가. 이렇게 우리는 늙음, 나이먹어감에 관대하지 않은 것이다. '청춘예찬'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사람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도대체 어떤 사람? 예전에 평생 마을 밖을 나가 볼 일이 별로 없었던 시절엔 챙겨야 할 사람이 뻔했겠지만... 그들이 사고 지평에서 의미를 갖는 사람들은 아마 셀 수 있었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불가능하다. 가족, 동료들부터 저 먼 이웃에서 사고 전쟁 기아 등으로 고통받는 이들까지... 너무 많이 안다. 신경써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의미 지평에서 끊어내지 않고서는 내가 살 수 없다. 어느 정도 선에서 끊을 것인가? 특별한, 고유한 의미를 인식하지 못하고 내뱉는 '사람' '인간' '인권' '인류' 같은 말은 깡통이다. 속이 텅텅 빈... 어쩌랴. 그런 시늉이라도 내야 버틸 수 있는 것을...
4. 이놈의 도서관 웬 냉방을 이렇게 빵빵하게 하는지. 매점에서 따뜻한 커피를 사왔다. 영혼이 손톱만큼도 깃들지 않은 "칸타타 오리지날 원두커피 프리미엄 라떼 100% 아라비타 원드 블렌드". 게다가 미지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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