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친을 대폭 정리했다. 요즘 페북을 열면 밀린 정보, 소식이 너무 많아서 쭉 읽어내려가다보면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오늘 짤린 페친들은 대부분 대부분 페북계의 명사들이다. 많은 페친을 거느리는... 그 중에서 특히 지금 내게 긴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주로' 들려주는 명사 페친들...
페북을 들낙날락하면서 페친 관계를 정리하기도 하고 (40여명?), follow를 하지 않도록 설정을 바꾸기도 한 (60여명?) 결과. 상당히 매우 무척 깨끗해졌다. 담백해졌다. 앎에 대한 욕구가 강할수록 정보의 홍수 속에 빠져서 허우적대기 십상인게 페북이다. 앞으로 쭉 이 기조를 유지! 지금은 넓힐 때가 아니라 오히려 좁힐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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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 황두진 선생의 이야기에 공감이 간다. 여러모로..
"지난 12년간 사무실을 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다양성 보다는 응집력이 작은 조직의 생명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특한 하부문화(subculture)가 필요한데, 상식과 합리를 벗어나는 것만 아니면 무엇이건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직원 인터뷰에 악기 오디션이 필수라던가, 사무실 어느 곳에도 파란색은 없어야 한다거나 하는 건 아주 유쾌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매우 의미심장한 하부문화다. (잘 생각해 보면 그런 회사들이 고만고만한 일이나 하다가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바로 그런 편협성에서 관점도 나오고 개성도 나오는 것이다. 특히나 갈수록 세분화되는 현재의 시장 상황은 무딘 장검 보다는 예리한 단검으로 무장한 사람들에게 훨씬 더 유리할 것이다. 어차피 시장 점유율 같은 것에 신경 쓸 일 없는 작은 조직이라면 (즉, 아주 작은 파이 조각만 먹고 살면 되는) 이렇게 좁고 예리하게 파고드는 것이 오히려 생존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위대한 선언의 시대는 갔다. 건축으로 이야기를 끌고 오자면 '인간을 위한 건축을 하겠다'거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싶다'보다는 '모든 건물을 100% barrier-free로 설계하겠다'거나 '비 오는 날 모든 창과 문을 열어 놓을 수 있는 건물을 설계하겠다'가 훨씬 더 우리를 효과적인 존재로 만든다. 유럽에는 아직도 100% 손도면만 고집하는 건축가도 있다고 들었는데, 유명하진 않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의 세계는 풍성할 것이다.
하부문화는 대표자에게서 먼저 뿜어져 나와야 한다. 민주적 토론 같은 것은 나중 일이다. 그래서 대표자는 주저 없이 자기 하부문화를 밝히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회사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일이 잘 될 때나 못 될 때 구별 없이 적어도 자기들의 세계에서 서로를 필요로 하며 살고 있다는 재미라도 느낄 수 있다. 한 마디로 서로가 서로에 대해 '내가 어디가서 너 같은 사람을 만나겠어'가 되는 거다. 사무실을 오래 하다 보면 일이 잘 될 때 보다 그렇지 않을 때가 훨씬 많기 때문에,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것 보다는 함께 rock밴드를 하거나 rock클라이밍이라도 하며 놀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전략인 셈이다. (*직원이 많은 회사에는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으니 거품 물지 맙시다.)
역설적이지만 사람을 구하기 어려우면 오히려 이렇게 나가는 것이 어딘가 방 구석에 박혀 있던 사회부적응자/또라이/오덕/제갈량들이 몸을 일으켜 나에게 오게 되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난 지금까지 매사에 주저주저함이 많았다.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나에게 명령한다: '더 늦기 전에 생긴대로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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