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1일 수요일

“한마디로 과학의 성공은 자정 능력에 있다. 과학은 스스로를 교정할 수 있다. 과학에서는 새로운 실험 결과와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 때마다 그 전에는 신비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있던 미지의 사실이 설명될 수 있는 합리적 현상으로 바뀌어 간다.”(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29쪽)

"과학사회학"이란 분야를 전공으로 염두에 둘 정도고, 심지어 논문 주제도 "과학에 대한 공공 갈등"아닌가. 꽤 오랫 동안 "과학"에 대해서 읽고 고민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이 "과학"에 대한 내 생각에 혁명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좁은 의미의 과학. 자연과학. 자연, 자연현상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경험 학문. 과학에 대해서는 극단적 견해가 공존하는 것 같다. 절대적으로 확실한 지식을 제공하는 활동으로 보고 무한신뢰를 보내거나 (과학이 왜곡되는 것은 과학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을 가지고 뭔가를 해보려는 비과학에 해당하는 할동... 과학 그 자체는 순수하다!), 아니면  다른 유형의 지식과 비교할 때  독특한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그 차이를 과잉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저 여러 지식 중 하나일 뿐... 예컨대 과학적 지식과 신화적 이야기, 종교적 신념 간에 위계를 지을 필요 없다는 견해. 극단적으로는 여러 사회적 문제의 뿌리로 보는 견해까지...

여하튼 근대과학은 "사회의 과학"이다. 자연과학자들도 사회, 더 정확하겐 "사회적 환경"이 과학 지식 탐구에 미치는 영향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 영향의 범위가 그저 연구 방향, 연구 주제 선정이나 설정 정도인지, 아니면 지식 그 자체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때론 사회의 과학이기 때문에 일부 왜곡된 지식이 득세하는 경우가 있어도 결국 "자정작용" 때문에 해결될 것인지...

여하튼 과학은 "사회의 과학"이다. 그것이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물론 그 영향력이란 것도 수용되는 분야, 범위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과학은 사회의 과학이다"라는 루만의 테제가 막연하게 들리지만 사실 그 안에 어떤 과학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답이 들어있다.

과학을 제자리 찾아주는 것이다.

과학에 대한 부정적 견해들이 한국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다. 과학자들 스스로 자정능력을 갖출 생각도 그럴 여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두고 인문학, 사회과학 전공자들이 일종의 "인문사회과학을 통한 과학 통제론" 혹은 "민주적 과학 제어론" 같은 것을 제시한다고 비꼬면서...  과학도 잘 모르는... 이라고 얘기하면서. 그 원초적 책임을 과학자들 스스로에게 있음을 인정하는데는 인색하면서...

과학을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태도가 문제인 것 같다. 과학에 대해서 필요한 것만 빼먹으려는...

반면에 그것을 비판하는 입장 혹은 과학에 대한 인문사회과학적 접근(STS)에선 일부 논쟁적 과학 주제를 중심으로 갈등을 부각시켜서 과학 자체에 대한 성찰 혹은 회의적 태도를 강조하는 것 같다.

"과학은 자기 검증을 생명으로 한다. 과학의 세계에서 새로운 생각이 인정을 받으려면 증거 제시라는 엄격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 과학은 자유로운 참구 정신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했으며 자유로운 탐구가 곧 과학의 목적이다. ... 우리는 어느 누가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할지 미리 알지 못하기 때문에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자기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195)

이런 이상화된 과학에 이념, 가치, 문화는 정말 얼마나 실제 과학활동을 반여하는 것일까? 과학사회학자들, 과학학자들은 이 점을 끈질기게 파고 들었다. 머튼의 "마태효과"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과학의 핵심엔 이런 특징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다른 체계들과 다른 점이다.

한국의 경우 (1) 지나치게 실용주의적인 과학 이해 (2) 지나치게 정치화된 과학 이해, 이 둘이 지배적인 것 같다. 막상 당사자인 과학자들은 많은 경우 지나치게 방어적, 수세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 같다. 대개 오만에 가까운 태도는 박탈감이나 피해의식의 산물이니까.

여하튼 과학에 제자리를 찾아주고, 과학의 장점을 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한국은 아직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한편으로 실용주의적 과학 이해가 여전히 지배적이고, 이 지배적인 경향을 불만족스러워하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정치화시켜서 그런 경향을 바꾸려고 한다. 그렇게 갈등이 형성되면 과학에 제자리 찾아주기는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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