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과학교육과 인문학, 그리고 융합! / 윤태웅
좋은 글이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저자가 밝히고 있는 글은
[특별기고] 무의미성의 도전: 빅뱅 우주와 인간 존재 / 도정일
좀 덜 좋다.
과학이 가치나 문화와 분리되지 않았음은 둘 다 지적하고 있다.
도: "과학자들, 특히 자연과학자들은 인문(사회과)학(자)들의 "훈수"를 매우 불쾌하게 여기는 듯하다. 과학에 대한 확신이 지나치게 강해서 과학교 광신자처럼 보이는 도킨스나 그의 한국인 버전들이 떠오른다. 김W, 김U 씨들... 니들이 과학에 대해서 뭘 알다고... 이런 반응을 보인다.
과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고 말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완전히 틀린 소리다. 과학 그 자체가 인간이 발명한 거대한 가치다. 근대과학 이후 과학 하기의 필수 조건으로 올라선 일련의 절차들도 과학이 만든 소중한 가치들이다. 과학 정신도 그런 가치이며 옹졸한 국가주의, 부족적 배타주의, 인종 편견의 거부도 과학이 퍼뜨린 가치다. 민주주의, 합리성, 환대, 경청과 타자 존중도 과학이 올려세운 가치들이다."
윤: "도정일 교수도 언급했듯이, 과학도 인간이 발명해낸 거대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과학 하면 물질문명을 떠올리고 단단한 확실성을 상상합니다. 그러나 과학은 결과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합리적이고 비판적이며 성찰적인 과정이자 문화입니다. 다만, 과학과 기술이 하나로 묶여 늘 경제발전의 도구로만 인식돼 온 대한민국에선 아직 그런 문화가 자리잡지 못했을 뿐입니다. 과학교육과 인문학의 융합은 그래서 더더욱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윤 교수는
"도정일 교수의 글에 나오는 과학교육이란 낱말의 의미가 제겐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이공계 대학에서 미래의 과학기술자들에게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 전반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도정일 교수의 제언에 문제를 제기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 그렇지만 좁은 의미의 과학교육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우주에 관한 물리 이야기를 할 때 우주 속 인간 존재의 의미까지 함께 가르치라고 요청하는 거라면, 그건 과도한, 그래서 조금은 잘못된 일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주 속 존재로서는 티끌만도 못한 것 같은 인간이 우주에 관해 그만큼 알아냈다는 건 경이로운 사건입니다. 더 놀라운 건 그걸 알아낸 방식입니다. 저는 학생들이 자연과학을 공부하면서 그런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좁은 의미의) 과학교육의 문제는 외려 충분히 과학적이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수학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학생들이 과학이나 수학을 제대로 공부해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태도,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 등을 잘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의 과학과 수학 교육이 진정한 의미에서 더 과학적이고 더 수학적이어야 한다는 게 공대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저의 생각입니다."
윤 교수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연과학자들 중에 인문학이 훈수둔다고 질겁하는 이들이 있다. 윤 교수도 도 교수의 이야기를 "훈수"로 여기는 모양이다.
"'이공계 사람들은 인문학적 소양이 결핍돼 있으니 보완해주자!' 뭐 이런 식"의...
자연과학자들이 보이는 반응 중 하나는... (유명한 "두 문화"(스노우) 논지이기도 하지만...)
"그러는 너희들은 과학에 대해서 뭘 알아" "자연과학도들에게 인문학 배우라고 하지만 말고, 인문학도 너희들도 과학을 좀 배워."
윤 "문사철 같은 인문학(humanities)과 더불어 과학과 수학은 핵심교양(liberal arts)의 또 다른 한 축입니다. 이과 학생들한테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만큼 문과 학생들한테도 과학·수학적 소양이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과학을 인문학처럼 하는 게 아니라 과학과 인문학을 핵심교양으로 함께 공부하는 게 답인 듯합니다. 과학과 인문학 모두 더 과학적이고 더 인문학적으로 말입니다."
핵심 교양으로 배울 건 서로 배우고... 과학은 더 과학적으로 인문학은 더 인문학적으로...
이 결론엔 전적으로 동감.
한국에 문제가 많다고들 하는데 당연한다. 한국의 근대화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으니까. 그동안 이룬 것에 눈이 멀어서 한국의 현실을 너무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은 그 동안 애쓴 탓에 기초 중의 기초는 어느 정도 닦여졌다. 과학이던 민주주의건. 이제 그 기초 위에서 근대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니 융합 같은 소리하지 말고 과학은 더 과학답게, 자본주의 경제는 더 자본주의 경제답게, 법은 법답게... 그렇게 근대화를 하면 되는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