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7일 일요일


3대 국제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8월 5일 오후8시(미국 현지시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추었다(고 한다). 신용등급 강등이 향후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얘기들이 많은 모양이다. 몇 가지 정리해 보면...
- 미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은 앞으로 미국이 돈을 빌릴 때 내는 이자(율?)이 높아진다는 뜻
- 미국이 매년 이자를 천억달러, 100조원넘게까지 더 물어야 한다는 분석이 있음
- 미국 국채 가치는 20~30% 낮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음
- 1조160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 그 미국 국채가치도 2300억~3400억달러 정도 떨어짐 (중국인 1인당 180~260달러의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계산)
- 달러의 기축 통화 지위가 무너진다면 2차대전 이후 이어진 미국의 최강대국의 지위도 흔들릴 수 있음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미국이 더 이상 예전의 그 미국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린 문명사적 전환기를 겪고 있는 지
도...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돌아가면서...)-미국으로 이어지면서 15세기 이후 이어져 온 서양 문명의 세계 지배가 끝나고 있는 듯한... 새로운 강자로 대개 중국을 얘기하는데... 일본, 한국까지 껴서 세트로 동아시아를 지목하기도 하지만... 관전 포인트는 과연 중국 혹은 동아시아가 새로운 문명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단지 주도권, 특히 경제적 주도권이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넘어가는 정도의 변화냐, 아니면 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느냐는 변화냐는 점이다. 근본적인 변
화라면 예컨대 자본주의의 몰락 같은 것 말이다. 이미 자본주의화된 중국이 유일 강대국이 된다고 해도 세계자본주의 체계 속에서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들, 투자가들에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분주하게 대비하고 있을 지도...
문명의 전환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소설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나도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해 봐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루만은 세계사회 같은 얘기로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런 얘긴 더 이상 놀랄 거리도 못되니... 이 시점에서 루만 가지고 미래지향적인 뭔가를 해 보려는 사람들로서는 답답한 일이다. 물론 한국의 경우 한편으로 근대 프로젝트가 여전히 진행중이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의의가 없진 않겠지만....

p.s) 여하튼, 난 루만이건 푸코건 칸트건 헤겔이건... 그들을 무슨 성인, 성자 모시든 하는 '인간들' 경멸하는 편이다. 가끔은 '분노'까지 느끼곤 한다. 아, 그건 이쪽으로 와도 마찬가지다. 다산 정약용이건 퇴계 이황이건 노무현이건 자기 조상님이건... 멘토, 롤 모델 정도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분명히 해두는 데... 그러니까 나는 대개 중간자적 입장 혹은 전략을 취한다. 학문에 대해서건 사람에 대해서건... 균형을 잡는 일에 자질, 소질, 달란트, 탤런트가 있는 것 같다. 나쁘게 얘기하면 박쥐, 회색분자, 벨도 없는 놈, 비겁하고 남 눈치만 보는 녀석이 되겠지만...
학자 'L'에 대한 내 태도를 예로 들어서 살펴보면 이렇다. 한국에서 그 양반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어서 그를 열심히 소개해 볼 마음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그 학자에 대해서 열정을 가지고서 소개, 번역하는 일군의 학자들이 있어서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부에서 광신적인 태도로 L을 대하는 모습이 나온다면 난 오히려 그들을 진정시키는 일을 내 역할로 생각할 것이다. 내가 관련된 조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조직 내부에선 쓴소리를 아끼지 않을 테지만, 근거없는 외부 비난 앞에서 조직을 옹호할 것이고... 사람, 조직, 사상, 견해 등에 대한 '평가'가 문제가 되는한 난 늘 균형적으로 보자는 입장이다. 비슷한 얘기지만... 노무현의 경우. 지나치게 저평가 되거나 무시 당하던 시절에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만, 이미 대단한 지지그룹들이 이제 큰 물결을 이루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저건 아닌데 하며... 중간자, 균형자의 입장의 뿌리엔 '다수의 힘'에 대한 근원적 거부감, 저항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내 생각의 진동수를 만들어 내는 결정적 운동이다. 그 거부감의 대상은 독재권력이 될 수도 있고, 학생운동이 될 수도 있다. 그럴 일이 있을 리 없지만 혹시 나중에 내가 해석의 대상이 되어 '정광진論' 같은 게 나온다면 바로 이 지점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생각의 틀을 갖게 되었을까? 뭐, 틀릴 확률이 적은 설명 공식은 '유전적인 요인' + '환경적인 요인' = '나' 일 것이다.
미국 신용등급 이야기하다 여기까지 왔군. 바로 이게 혼자만 보는 일기도 아닌, 여럿이서 보게 되는 '페이스북'도 아닌, 찾는 이 많지 않은 '내 블로그'에서 글쓰는 맛 아니겠는가? Danke d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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