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30일 화요일

문제는 다시 도덕성이다. 근대 민주주의, 선거를 통한 대의제 민주주의를 취하는 사회에서 정치는 선악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물론 정치적 경쟁자를 '적'으로 생각할지라도 공적으로 그런 표현을 써서는 안된다. 여하튼 정치계에선 동료아니던가. 누구든 선거 결과 정치적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선'이거나, 선거에서 떨어졌으니 '악'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정치만큼 도덕화하기 쉬운 분야도 드물다. 도덕화는 개인의 문제로 만드는 것이고, 선인지 악인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 집단 자체가 도덕화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종북세력'이나 '극우세력' 같은 표현들이... 가끔씩 - '간첩단 사건' 처럼 - 실체적 불이익, 대미지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여하튼 도덕화는 개인을 대상으로 할 때 직접적 효과를 발휘한다).
도덕화, 특히 개인에 대한 도덕화가 관찰된다는 것은 흥미롭게도 제도적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적 경쟁 상대, 집단을 도덕화하기 쉽지 않은 경우, 개개인의 행동을 도덕적 기준으로 판단하여 '나쁜' 인간/인격으로 몰아붙이기.. 그가 속한 집단에 타격을 주는 가장 손쉽고도 효과적인 방식이다.
도덕화에서 취약한 집단, 공격을 쉽게 당하는 이들은 주로 '가진' 집단들이었다. 덜 가진 자들이 제도적 권력에 진출하면서 그 동안 도덕화로 짭짤한 재미를 봤던 그들이 오히려 더 도덕화에 취약하게 되었다. 가카는 그 많은 도덕적 흠결에도 불구하고 푸른 지붕 아래로 들어가셨고, (관대해진 것이고), 이제 도덕화로 재미를 보는 쪽은 오른쪽에 치우친 이들이다.
여하튼 도덕화는 선/악에 대한 공통의 기준을 '상정'하는 것이고 - 그래야 비판이 의미가 있으니까... - 윤리화는 서로 다른 기준이 있음을 인정하자는 쪽이다. 그런 정의를 따르면 정치는 '윤리화'되기 쉽지 않다. 시장, 혹은 자본주의 경제 역시 도덕화하기는 쉽지만 (사회적 책임 강조 같은) 그것을 윤리화한다? 그건 아닌 것 같다.
아니면... 각종 윤리위원회의 존재는... 다른 판단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치인가? 그런 걸 두고 윤리화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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