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즉 남한, 북한의 문제는 세계사적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점이다. 적어도 남북한 현대사는 전혀 예외적이지 않다. 남북한 민중이 겪었던 고초의 크기가 과연 동남아시아나 발칸 반도 민중들의 그것보다 더 컸을까? 그런 면에서 난 예수의 고난을 적용해서 한민족의 고난을 풀이하던 함석헌 류의 민족주의에도 그닥 공감하지 못하겠다. 마찬가지로... 한민족이 문명사의 전환을 이끌 선두주자가 될 거라는 김지하 류의 호들갑도 별로고... 어짜피 지금까지의 문명사도 어느 한 두 민족, 국가가 만들어 낸 것만도 아니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물론 주도하는 국가가 없진 않았지만 그건 특히 지역적 차이가 크고 지금 같은 수준의 세계적 연결망이 구축되기 이전 이야일 뿐, 앞으로는 어느 한 두 민족이나 국가가 세계를 주도하기는 힘들 것이다. 중국을 자주 얘기하던데... 그럴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 재미있게도 중국의 부상을 가장 경계하는 미국이 특히 경제적으로는 중국가 가장 긴밀하게 엮여 있다고 하니...
물론 민족, 국가라는 단위는 오랫 동안 중요하게 남아 있을 것이니, 남한과 북한, 한반도의 이 두 민족국가를 잘 꾸려가야 할 것이다. 자랑스러운 나라, 존경받는 나라가 되면 좋을 것이다. 요샌 북유럽 국가들이 그런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어디가나 예외적 사건들, 인물들, 집단들은 있는 법이니까... 몇몇 불행한 사건들을 가지고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여하튼 남한이나 북한이 그런 정도로 시대를 선도하는 그런 아름다운 나라가 되면 좋을 것이다 (cf. 김구). 상식적인 나라, 합리적인 나라, 공존 공생하는 나라, 공존 공생엔 사람 뿐 아니라 동물, 자연환경까지도 포함할 줄 아는...
(2) 하지만... 신앙적으로 보면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 왜? '사회'는 그런 합리적인 상태, 공존 공생의 상태에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속가능한 '사회'), 인간은 그런 상태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사회학과 인문학이 갈라진다. 사회학자들이 얘기하는 '근대 사회'는 그야말로 인간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기계가 되어 버렸다. 그 기계가 큰 탈 없이 돌아가도록 분석하고 기름칠하는 것이 사회학자, 정치가들의 역할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인간에겐 그 이상이 필요하다. 생존, 인정, 복지, .... 이런 것이 채워지면 만족하는 그런 존재가 아닌 것이다. 영성! 영적인 갈급함이 채워져야 할 지도... 영성은 좀 넓은 의미로 이해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사랑, 공감 같은 정서적인 면을 포함하는... Ich-Du의 관계... 이 경우... 어쩌면 우선순위를 바꿔야 할 지도 모르겠다. 영적 갈급이 채워지는 그런 사회적 질서로... 영성을 정점으로 해서 사회질서를 재편하는 게 정말 근원적인 혁명일지도 모르겠다.
(3) 영성을 정점으로 한 사회 질서는... (이것을 Ich-Du의 관계로 이야기할 수 있을 지도...) 현대 사회학의 학문적 언어로 표현하기 힘들다. 대안은... 그런 점을 전제로 삼고서, 그러니까 괄호치고 나서 그 나머지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포츠의 경우... 현대 스포츠의 관계를 Ich-Du의 관계로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한쪽에 응원하는 관중, 대중, 팬이 있고, 다른 쪽엔 그 기대를 채워주는 존재로서 선수, 팀이 있는... 또 다른 한 쪽에 그 관계에 빌붙어서 사는 스포츠 언론, 관련 운영 조직 등이 있는... 그런 스포츠는 Ich-Es의 상태를 조장하니까...
과학의 경우... Ich-Du 관계를 지향하는 그런 과학! 과학 윤리도 Ich-Du 관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지금은 윤리도 Ich-Es 관계를 지향하는 철저하게 객관화된 그런 것이다. 좀 더 일상적인 도덕 역시 Ich-Es 관계에 지배된다. 대중매체, 정치적 맥락 등에 의해서... 그런 점에서 더 일상적인 그런 가치 판단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쩌면 과학 윤리, 그 중에서도 생명윤리에 대한 연구는 현대 사회에서 과학을 둘러싼 윤리적 혹은 도덕적 접근에서 드러나는 Ich-Es 관계를 보여준다는 데 의의가 있을 지도... 다시 말해 불편한 진실!
아직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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