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일 목요일

taming modernity through spirituality

영성, 감성, 공감 등이 중요해진다면서 미래는 영성/감성/공감의 시대다! 라는 주장이 널리 퍼지고 있다. 그런 견해는 지금은 자주 쓰이진 않지만 80년대 말 이후 오랫동안 유행했던 '포스트모던 사회'라는 인식과 궤를 같이 한다. 근대는 이성적, 개인중심의 시대였고, 탈근대는 이성에 반대되는 감성, 영성, 공감 그리고 집단, 공동체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시대라는...
루만에 따르면... 모던과 포스트모던의 구분은 구조적 차원과 문화적/의미론적 차원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애기하는 포스트모던적 새로움은 대개 문화적 차원에 대한 것일 뿐, 기능적 분화 같은 근대사회의 구조적 측면에서 본질적 단절이 관찰되지 않는다는... 포스트모던적 특징은 근대의 구조적 진화가 진행되면서 그에 따른 결과, 특히 부정적 결과에 대해서 예민해진 '근대적'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개인화, 합리화 경향과 집단 중심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찾고, 감성적 측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경향은 서로 배척하는 게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것이라는... 그 둘은 앞으로도 쭉 공존할 것이다. 시기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지겠지....
그러니 포스트모던 사회 테제가 더 진지하게 다뤄지려면 문화적, 의미론적 차원이 아닌 구조적 차원에서 과연 근본적 변화가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 영성, 감성, 종교, 공감, 새로운 공동체 지향... 같은 것으로 안된다는 것.  물론 구조적 차원의 변화를 강조하는 견해도 있다. 대표적으로 네트워크사회! 탈분화사회!
기능적 분화가 지배적 원칙이 아니고, 영성이 사회구조적 측면까지 관통하면서 기능적 분화라는 특징을 전복시켜야 비로소 탈근대적 영성사회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영성, 공감 등에 대한 관심은 근대화가 가져온 부정적 결과를 어떻게든 처리해 보려는 문화적 안간힘이다. 영성이 탈근대사회로의 전환을 보여주기는 커녕, 근대사회의 구조 속에서 용해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영성의 자본주의화 현상 (capitalization of spirituality). 영성에 대해서 접하려면... 교회에 출석하던지(종교 조직), TV 채널 등을 통해서 듣던지 (매스미디어), 책을 사보던지 (출판시장), CD를 든던지 (음악시장)... 어짜피 근대적 구조를 통해서 영성은 전파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본적이고 혁명적인 영성사회는 탈자본주의적, 탈시장주의적, 탈제도적... 협동조합이나 공동체 가 확산을 통해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근대적 성과와 그 성과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서...
아니면... 기존 근대적 질서의 작동 방식을 최대한 '영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던지... 예를 들어 관련 책들이 더 많이 팔리게 한다던지, 영성을 지향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프로그램이 많이 제작되던지, 영성의 원칙에 부합하는 제품들이 시장에 더 많이 나오게 한다던지... 그런 경우 그것은 탈근대적이라고 얘기하긴 힘들다. 근대를 길들이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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