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린이날. 1818년 이 날 트리어에서 맑스 선생이 태어났고, 2008년 오늘 박경리 선생이 돌아가셨다. 둘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을리 만무하다. 그냥 우연히 날짜가 겹칠 뿐이다. 굳이 내 안에서 연결시켜보자면, 둘 모두 내가 나름 애정을 들였지만 제대로 읽지 못했던 책을 쓴 이들이라는 정도. 공교롭게 그 책들은 그들의 주저였다. 맑스의 "Das Kapital". '이론과 실천사'에서 나온 그 번역본을 사서 방학을 맞아 고흥 외가에 바람쐬러 가던 길에 들고 갔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혼자서 읽어보려던 호기가 가상할 따름이다.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사회학도로서 대략 알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다. 박경리 선생의 대표작은 '토지'다. 나름 한국 현대문학을 섭렵하던 대학 시절 유독 '토지'는 읽기가 힘들었다. 그 때 학교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었던 토지가 지식산업사에서 나온 세로쓰기판이었던 탓이기도 했다. 이후 가로쓰기판이 곧 나왔고, 또 그무렵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TV로 방영되기까지했지만 난 책도, 드라마도 찾지 않았다. 대하소설은 줄거리를 쫓아가야 하므로 아무데서 내키는 대로 읽기가 힘들다. 시간과 인내력을 갖고 읽어가며 발동이 걸리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토지에서는 그 '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다. 반면 이병주, 이문열, 조정래 등이 쓴 대하소설은 큰 어려움 없이 밤을 새워 가며 너무도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고 보니 호평을 받는 최명희의 '혼불'도 못 읽었다.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여성들이 쓴 '대하소설'의 문체에 뭔가 독특한 게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잘 좇아가지 못하게 하는...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은 또 재미있게 읽었으니 아무래도 혐의를 그 쪽에 두게된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런 책들은 늘 부담으로 남는다. "아니 독일에서 그 오래동안 사회학을 공부했으면서 '자본론'도 안 읽었어요?" "세상에 '토지'를 안 읽었다니... 문학 얘기랑은 아애 꺼내지도 마세요" 분명히 이런 시츄이션을 경험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은 '읽은 척이라도 해야할 것 같은 책'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