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0일 토요일

진중권의 대중

수 년전부터 진중권 교수의 발언이 뉴스거리가 되고 있고, 대한민국의 그 어느 누구 못지 않은 열렬한 안티팬을 거느리는 인사가 되었다.특히, 황우석, 디워 논쟁에서 대중의 선동성을 까칠하게 지적하면서 '대중'을 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가 요즘 미쇠고기 사태와 관련해서는 - 스스로도 낯설게 느끼는 - 그 어느 때보다 그에게 우호적인 대중들 속에 있는 것 같다. 재미있는 건 그 '와중에' 대중에 대한 그의 견해도 달라진 것 같다는 점. 황우석, 디워 때는 대중의 광기를 지적하던 그다 (그가 대중독재, 대중파시즘 같은 표현을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그런 해석틀을 공유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번 미쇠고기 사태처럼 자신의 주장과 대중의 주장이 일치할 때 그는 이제 대중을 보호하는 기사로 등장한다. 다음은 인터뷰 일부 (출처).

-전에 지식인의 중요성을 언급한 이유도 그것 때문인가?
"전문가, 지식인이 대중의 '사수대'가 돼야 한다. 대중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중이 마음껏 정당한 분노를 표출할 수 있게끔 그들이 도와줘야 한다. 대중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 보수 언론은 계속해서 색깔론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옆에 있는 학생을 가리키며) 누구의 사주 받았나? (웃음) 학생들은 성숙하다. '빨갱이'의 사주에 현혹될 애들이 아니다. 아직도 그들은 학생들이 대중을 이끌고 길거리로 나온 것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모든 국민은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갖고 있다."

오. 대중에 대해 그리 강한 신뢰를 가지고 계셨나? 지식인은 대중을 보호해야 한다? 왜 황빠, 디빠들은 보호해야 할 대중이 아니었고 그의 독설의 대상이 되었을까? [지식인, 대중, 이런 이분법도 애매하긴 하다. 희미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대략 동의하는, 만들지고 있는 경계는 있는 것으로 생각하자]. 그러다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와 대중의 반응이 일치할 때 대중은 지켜줘야 할 무한 사랑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양반 늘 안티를 몰고 다니다가 - 말, 행동에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 이번에는 모처럼 폭넓은 지지를 받으니까 많이 느슨해진 건 아닌가 모르겠다. 많은 발언을 하는 사람일수록 분명한 관점, 세계관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 세계관이 내면화되어 있지 않을 때 '실용주의' (2MB 식)에 빠져드는 것이다. 지식인은 대중과 긴장관계를 풀지 않을 수 없다. 대중은 언제나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먹물(평론가) 노릇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가 아니라, 그들이 들어야 할 얘기를 하는 것”이다. 출처는 모르겠지만 디워논쟁 때 진중권씨가 어디에선가 한 얘기다. 진중권씨가 성숙하다고 인정한 고등학생들. 과연 그런가? 왜 그 아이들이 몇 년 전 황우석에게 기회를 주도록 요구하던 그이들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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