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5일 목요일

Edward Hopper (1882 - 1967)

몇 년 전이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여하튼 베를린에서 MoMA 전시회가 있었다. 포츠담광장 근처였던, 역시 이름이 기억나지 않은 전시관에서 뉴욕의 MoMA, 그러니까 The Museum of Modern Art 소장 작품이 대거 전시되었던 것이다. 뉴욕 그 미술관을 대폭 뜯어 고치는 중이어서 일부 작품들이 독일로 오게 된 것이었는데 독일 내 반향이 대단했다. 우리가 갔던 날도 입장까지 2시간 가까이 기다렸어야 했을 정도로. 그런 집단화된 행동의 근거는 뉴욕까지 가지 않고서 미국이 자랑하는 소장품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합리적' 판단이었을까? Rational choice? 그 보다는 유명세, 호기심, 분위기 탓이 아니었을까? 나를 보더라도... 어찌되었건 그 일원이 되어 관람한 결과, 오랜 기다림에 비해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일단 전시 작품의 수가 - 내 기대 혹은 예상에 비해 - 턱없이 부족했고, 대개 익숙하고, 평범해 보이는 것이었고 원본만이 갖는다는 그 아우라도 (W.Bejamin) 별로 발견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게 현대미술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장르 혹은 표현형식 개발이 중요해져서 처음에는 충격을 주는 신선한 시도였겠지만 다른 매체를 통해서 익숙해지면 원본을 봐도 그저 그만이거나 심지어 촌스럽게 느껴지는... (대표적으로 앤디 워홀). 그나마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게 바로 에드워드 호퍼 그림이었다. "Gas" (1940)라는 주유소 풍경을 그린 그림을 비롯 몇 점 선 보였던 것 같다. 대번 "아, 미국이구나..." 그런 생각을 들게하는 그림들이 었다. 미국식 리얼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영화로치면 코엔 형제들 작품들). 어떤 요소가 그런 생각을 갖게 만들까? 최소한의 소리만 들릴 것 같은 그런 한산한, 심지어 스산한 분위기, 그러다 한 방 총소리가 갑자기 정적을 깰 것 같은... (cf. 영화 'no country for old men'). 그리고 표정없는 얼굴들, 심지어 인물이 중심에 위치한 그림에서마저도... 움직임도 그리 많지 않아서, 대개 사람들은 그저 배경을 이루는 다른 사물들과 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처럼 정지해 있다 (그나마 'Gas' 속 주유소 직원 아저씨가 움직임을 보이는 편). 익명성? 파편화된 개인? "호퍼의 그림 속에서 인물들은 최소한의 언어만 사용할 듯하다."(정윤수). 우리에게 익숙한 뉴욕이나 헐리우드 같은 겉옷을 벗기면 드러나는 미국의 속살이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 호퍼 스스로는 ‘나는 무의식적으로 대도시의 고독을 그렸다’고 말했다는데... 대도시? 소도시? 가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판단하기 힘들다. 오늘 5월 15일이 이 호퍼의 사망일이란다. (요즘 내가 즐겨 보고 있는 정윤수씨 블로그에서 얻은 정보. 태어나고 죽은 날짜가 뭐 그리 중요할까마는, 정윤수씨는 지금 그 날짜를 실마리삼아 365일 동안 매일 뭔가를 다루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나는 그 블로그에서 가끔씩 쓸 거리를 줏는 것이고... 아래는 호퍼 그림을 모아 놓은 영상물. 그 중에 나오는 인용구가 인상에 남아 옮겨 적는다. 호퍼씨 왈, "If you could say it in words there would be no reason to pa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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