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일 목요일

루만 저서 목록의 끝은 어디인가?

루만 선생이 1998년 11월 6일 돌아가셨으니, 이번 가을이면 서거 10년이 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직까지도 그의 새 책이 출간되고 있다. 매년 꾸준히 나오더니 최근에 세 권이 한꺼번에 선을 보였다. „Die Moral der Gesellschaft“, "Ideenevolution“, „Schriften zu Kunst und Literatur“ (모두 Suhrkamp). "Schriften..."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권은 논문에 참고할 필요가 있는 책이라 당장 구입했다. 소감은? 한 마디로, 실망. 두 책 모두 이미 다른 곳에 발표했던 논문을 모은 것이었다 (한 논문을 제외하고). 특히 "Die Moral der Gesellschfaft"에 실린 논문은 내가 모두 복사해서 가지고 있는 논문들이라, 흩어져 있덛 논문을 그냥 보기좋게 한 권으로 제본해 놓은 것 외에 큰 의의를 찾을 수 없다. 일부 선입견과 다르게 루만이 도덕, 윤리, 규범, 가치 등의 주제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분량의 글을 남겼음을 확실히 각인시켜 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제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치 도덕도 ".... der Gesellschaft" 시리즈의 하나로 기능체계인양 오해할 수 있게 되었지 않느냔 말이다. 예상보다 일찍 찾아 온 죽음 때문에 순서가 좀 얽히긴 했지만 루만의 사회이론은 'Soziale Systeme' 에서 시작해 'Die Gesellschaft der Gesellschaft'로 끝나도록 계획되어 있었고, 도덕은 그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음에 분명하다. 루만이 살아 있었다면 결코 이런 제목으로 책을 내지 않았으리라 (편집인 스스로 루만에게 제안했다고 밝히고 있듯이 'Soziologische Aufklärung' 시리즈에 포함되었음직하다). 또, 이 책에서는 그 동안 어떤 루만 저서에서도 볼 수 없었던 편집자 해제(Nachwort)가 붙어있는 것도 별로 반갑지 않다. 루만 저서 출간을 총괄하는 편집위원회 같은 게 있었다면 이런 식의 제목달기와 편집은 아마 불허하지 않았을까. 편집자 Detlef Horster 교수가 출판사 사장과 친한 건 아닌지... Kieserling 교수가 편집을 맡은 "Ideenevolution"은 그나마 좀 낫다. 첫 논문 "Sinn, Selbstreferenz und soziokulturelle Evolution"은 짧은 버전이 "Luhmann und die Kulturtheorie" (2004, Suhrkamp)에 실리긴 했지만 이 책에 실린 버전은 내용이 훨씬 풍부하다. 특히 구조와 의미론의 관계를 명확하게 Coevolution으로 규정한 점이 눈에 띄인다. 또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Rationalität in der modernen Gesellschaft"는 처음 소개되는 논문이기도 하다. 편집인이 밝히고 있는 대로 이 책은 애초에 루만이 "Gesellschaftsstruktur und Semantik"의 시리즈 중 한 권으로 펴낼려고 했었던 만큼 "Die Moral ..."에 비해 루만 저작으로서 딛고 설 자리가 더 단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 계획은 사랑의 의미론에 대한 글이 너무 길어져서 독립된 책으로 출간하면서 틀어졌다고 한다). 아마 앞으로 구조/의미론 관계가 체계이론 내적 논의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라라 개인적으로 전망하는데 이 책이 거기에 적지 않은 자극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사후에 출간된 책들은 몇 권의 "... der Gesellschaft"(Politik, Religion, Erziehungssystem)를 제외하고는 대개 논문모음집이었던 것 같다. 아마 앞으로 어떤 책이 나오더라도 크게 반가워하거나 놀랄 일은 없지 않을까? Zettelkasten이 어떻게 정리되거나 해서 나오지 않는 한 말이다.
그의 이름을 단 책이 앞으로 몇 권이나 더 나올 것이며 그러면 그의 저서는 도대체 총 몇 권이될 것인가? 우선 내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세어보니, 번역본을 제외하고도 32권이다 (이 정도면 출판사 뿐 아니라 루만과 그 후손들의 살림에 나도 어지간히 공헌한 셈이다). 흠. 어쩌면 루만 저작은 단행본으로 100권에 육박하거나 어쩌면 그것도 넘어설지 모르겠다. 루만 저서에 중복이 많음을 고려한다고 할지라도 - 이는 독자가 자신의 다른 저서를 읽었음을 전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루만은 밝힌다. 또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여러 번 반복되는 부분도 새롭게 표현하려고 애쓴다는 점을 알아챌 수 있다 - 초인적인 능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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