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2일 목요일

"왜 대통령 되기만 하면 실패하나?"

"왜 대통령 되기만 하면 실패하나?" (한겨레). 적절한 지적이다. 얼마 전까지 ‘모든 게 노무현 탓’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게 이명박 탓’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나치게 그리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의 현상이다. "현직에 있을 때는 그렇게 미워하더니 지금은 ‘노간지’라고 한다. 낯이 좀 간지럽다"(성한용). (노[전]통도 지금 고향마을에 손님들 미어터진다고 좋아할 일만도 아니다. 결국 본인이 입에 달고 다녔던 한국정치구조 개혁, 정당정치 못 만들어낸 탓에, 후임자도 자신과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는 것 아닌가?) 한겨레의 성한용 기자는 ‘메시아 증후군’의 부작용이라는 설명을 내 놓았다. 그렇다면 이명박을 묻지마 지지했다가 이제 땅바닥에 패대기치는 그 변덕스러운 국민들에게 잘못을 물어야 하고, 할 수만 있다면 국민을 탄핵하기라도 해야 할까? 왠지 찜짐하고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오히려 난 평소에 한국민들의 정치의식(그런 걸 평가할 수 있다면 ㅎㅎ)은 어느 국가보다 높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누구에게 혹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지식인들, 전문가들이 이럴 때 등장해서 좀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풀어줘야 한다. 이명박 때리기에 신나있는 언론들도 좀 자제하고, 이런 방향으로 논의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 그 비판에서 자유로운 편이니까 이렇게 '무책임하게' 발언하련다). 그런 걸 해주는 언론, 전문가들이 있느냐 없느냐, 앞으로 한국사회가 질적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22일 대화문화아카데미(이사장 박종화)가 열었다는 ‘헌정 60년, 새로운 정부 형태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제1회 여해포럼, 그런 의미에서 매우 시기적절한 기획이었다 (박수! 짝짝짝!!). 한겨레 기사를 인용해 본다. [민주화 이후 왜 모든 여당은 집권과 동시에 급락하는가?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왜 반드시 소멸하거나 권력을 상실하는가? 책임성·효율성·안정성을 갖춘 정당체제는 왜 존재하지 않았는가? 언제까지 유능한 리더십의 등장을 기다리며 제도의 문제를 방기하고 회피할 것인가?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좋은 정당이 탄생하고 좋은 정치가 가능할 것인가?” ... 박명림 교수(연세대)는 현재 이명박 현상을 "이는 단지 이명박 ‘정부’의 무능이라기보다는, 정당정치에 기초하지 않는 한국 ‘정치 제도’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무정당·탈정당·비정당 민주주의의 반복이다.” ... 박찬욱 교수(서울대)도 발표문에서 “18대 국회에 헌법개정 조사연구기관을 설치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대선과 총선의 동시 선거 등을 우선 검토하자”고 밝혔다.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정치학)는 “한국 민주주의의 정부 형태였던 대통령 중심제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를 아마추어 정부라고 했다. 이번에 이명박 정부도 그런 소리를 듣는다. 이 말은 통치프로그램을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될 준비를 제대로 못한 사람이 그렇다 쳐도, 서울 시장도 지내고 나름 충분한 대통령 준비기간을 가진 이명박 정부가 이 정도였다는 건 무슨 얘기인가? 대통령 후보이건 후보가 속한 정당이건 대통령 당선을 무슨 로또 당첨처럼 생각한 것이다. 당첨금 나누기는 곧 공직나눠 먹기이고... 그것 말고 5년 동안 뭐 할지 제대로 생각도 해보지 않은 것이다 (공약이라고 있긴 하다. 대운하 같은... ). 많은 언론과 국민들도 집권하면 어떤 인물들과 함께 어떤 정책을 시행할 지 물어보지도 않고 묻지마-지지를 보낸 것이다. 어쩌면 이제 비로소 제대로 된 정당정치를 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무르익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최근 현상을 비관적으만 볼 일이 아닐 수도.... 지금까지 정치세력들이 정책을 중심으로 경쟁하고 논의할 수 없게 만드는 불편한 요소들이 많지 않았던가 (제도적 민주화, 지역감정 등등). 이제 묵은 숙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정책, 이념 중심 정당정치 해야 할 시기가 마침내 도래한 것이다. 문국현, 이명박씨 혹은 여러 정치인 등이 입에 달고 있는 실용, 탈이념, 중도...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결국 그 때 그 때 알아서 하겠다는 것이다. 그게 어떤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요즘 매일 경험하고 있지 않나? 교조적인 이데올로기는 반갑지 않지만,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그래서 어떤 정책, 어떤 프로그램이 나올지 예측가능하게는 해 줘야 한다. 이명박 정부도 예측가능하긴 하다. 친미, 친일, 친대기업이라는 틀에 넣어보면 답이 나온다 (좋은 사례가 대북정책. 이번 정권 내내 미국입장에 따라 대북정책이 춤을 출 것이다). 실용은 그 포장지일 뿐이고. 허나 그 정도 틀에 정책이란 이름을 붙여줄 수는 없다. '친박연대'를 정당이라할 수 없는 것처럼... [누가뭐래도 한국에서 정체성이 가장 강한 정치세력('정당'이라는 이름은 과분)은 뭐니뭐니해도 '친박연대'다. 세계 정치사, 정당사에 길이 남을 작명이다. 벗뜨... nicht mehr und auch nicht weniger als 박근혜 팬클럽...]
생각해보니 수 개월전까지만 해도 대선, 총선을 거치면서 한나라당이 자민당처럼 장기집권하는 공룡정당이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었다. 다른 한편 야당이 되고 정부를 접수하는 순간부터 무엇을 하건, 하지 않건 훨씬 강한 비판에 직면하게 되니 5년을 거치며 지지도가 떨어질 것을 예상 혹은 기대하기도 했었다. 지금으로선 후자 쪽이 맞는 것 같은데, 다만 5년은 커녕 5개월도 걸리지 않기도 했지만. 어쨌든 '삽질' 덕에 집권 전보다 정책 중심 정당정치에 대해 논의해 볼 여지는 더 넓어졌다. 이제 열쇠는 오히려 이른바 진보, 개혁세력이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여당의 몰락을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라, 좀 정비를 해서 대안세력으로 자리를 잡아야 할텐데 민주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아직... 민노당, 진보신당도 그다지... 큰 틀을 바꿔서 내각제 개헌을 하면 사정이 달라질까? 글쎄.... 정당정치... 다 좋은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갑갑해진다.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것만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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