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정부를 아마추어 정부라고 했다. 이번에 이명박 정부도 그런 소리를 듣는다. 이 말은 통치프로그램을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될 준비를 제대로 못한 사람이 그렇다 쳐도, 서울 시장도 지내고 나름 충분한 대통령 준비기간을 가진 이명박 정부가 이 정도였다는 건 무슨 얘기인가? 대통령 후보이건 후보가 속한 정당이건 대통령 당선을 무슨 로또 당첨처럼 생각한 것이다. 당첨금 나누기는 곧 공직나눠 먹기이고... 그것 말고 5년 동안 뭐 할지 제대로 생각도 해보지 않은 것이다 (공약이라고 있긴 하다. 대운하 같은... ). 많은 언론과 국민들도 집권하면 어떤 인물들과 함께 어떤 정책을 시행할 지 물어보지도 않고 묻지마-지지를 보낸 것이다. 어쩌면 이제 비로소 제대로 된 정당정치를 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무르익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최근 현상을 비관적으만 볼 일이 아닐 수도.... 지금까지 정치세력들이 정책을 중심으로 경쟁하고 논의할 수 없게 만드는 불편한 요소들이 많지 않았던가 (제도적 민주화, 지역감정 등등). 이제 묵은 숙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정책, 이념 중심 정당정치 해야 할 시기가 마침내 도래한 것이다. 문국현, 이명박씨 혹은 여러 정치인 등이 입에 달고 있는 실용, 탈이념, 중도...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결국 그 때 그 때 알아서 하겠다는 것이다. 그게 어떤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요즘 매일 경험하고 있지 않나? 교조적인 이데올로기는 반갑지 않지만,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그래서 어떤 정책, 어떤 프로그램이 나올지 예측가능하게는 해 줘야 한다. 이명박 정부도 예측가능하긴 하다. 친미, 친일, 친대기업이라는 틀에 넣어보면 답이 나온다 (좋은 사례가 대북정책. 이번 정권 내내 미국입장에 따라 대북정책이 춤을 출 것이다). 실용은 그 포장지일 뿐이고. 허나 그 정도 틀에 정책이란 이름을 붙여줄 수는 없다. '친박연대'를 정당이라할 수 없는 것처럼... [누가뭐래도 한국에서 정체성이 가장 강한 정치세력('정당'이라는 이름은 과분)은 뭐니뭐니해도 '친박연대'다. 세계 정치사, 정당사에 길이 남을 작명이다. 벗뜨... nicht mehr und auch nicht weniger als 박근혜 팬클럽...]
생각해보니 수 개월전까지만 해도 대선, 총선을 거치면서 한나라당이 자민당처럼 장기집권하는 공룡정당이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었다. 다른 한편 야당이 되고 정부를 접수하는 순간부터 무엇을 하건, 하지 않건 훨씬 강한 비판에 직면하게 되니 5년을 거치며 지지도가 떨어질 것을 예상 혹은 기대하기도 했었다. 지금으로선 후자 쪽이 맞는 것 같은데, 다만 5년은 커녕 5개월도 걸리지 않기도 했지만. 어쨌든 '삽질' 덕에 집권 전보다 정책 중심 정당정치에 대해 논의해 볼 여지는 더 넓어졌다. 이제 열쇠는 오히려 이른바 진보, 개혁세력이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여당의 몰락을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라, 좀 정비를 해서 대안세력으로 자리를 잡아야 할텐데 민주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아직... 민노당, 진보신당도 그다지... 큰 틀을 바꿔서 내각제 개헌을 하면 사정이 달라질까? 글쎄.... 정당정치... 다 좋은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갑갑해진다.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것만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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