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최근 광우병 논쟁에 '과학'적 진술이 자주 등장한다고 썼었는데, 이제 본격적인 과학논쟁으로 접어 드나보다. 조중동은 촛불문화제 혹은 시위로 고조된 저항을 광우병 '괴담'으로 프레이밍하더니 이제 그 근거로 과학적 진술을 가져오고 있다 (언론이 어떻게 현실을 만들어내는지가 더 재미있다. 정부 쪽의 그 찌질한 발언, 대책보다는). 과학자들이 스스로 조직화하고 발언을 강화한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이현구)이 주최한 ‘광우병과 쇠고기의 안전성’ 원탁토론회가 열렸단다 ('과총'도 9일 설명회를 열 예정). 이런 민첩하게 대응하는 모습, 평소 과학자들답지 않다. 황우석 사태 전후 그 여유로움은 어디 가고 ㅎㅎ 그 동안 이런 '정치적' 논쟁 (im Sinne von '2MB')에 과학자들이 앞장서거나 과학지식에 대한 발언이 정치적 논쟁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반갑다 '지식사회'. 사회학자 혹은 STSer들이 분석할 made in Korea 논쟁이 이제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을 보여주는 전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좀 길지만 논점을 남겨둔다는 점에서 기사를 대폭 인용하기로 한다.

우선 초기 한국인이 광우병에 유독 취약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 한림대 김용선 교수 연구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었다. 인간광우병이 아니라 다른 질병을 분석했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 신경과학센터장은 8일 오후 KIST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교수의 논문은 인간광우병인 변형 크로이츠펠트야곱병(vCJD)이 아니라 아직 감염경로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산발형 크로이츠펠트야곱병(sCJD)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vCJD는 광우병에 걸린 소에서 비롯된 질병으로 주로 영국 20대에서 발병했다. 반면 sCJD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발병하는 질병으로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발병한다".

문화일보는 또 서울대 이영순 교수의 발언을 이렇게 보도한다 (이 보도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 인터넷 기사에서 인용된다. 조선은 문화에선 안 보이는 사진까지 덧붙였다. 두 기사를 비교해 보니 '사진'의 효과도 있을 것 같다. 나이지긋한 점잖[아 보이]는 남성의 모습 발언의 근거에 신뢰감을 더해 줄 수 있을 것이다 ). "국내 학계에서 광우병 관련 최고 권위자인
누가 최고 권위자라는 지위를 부여했을까? 이영순(서울대 인수공통질병연구소장·전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이전 경력 꼭 써넣을 필요는 없는데 왜? 알 만한 사람은 안다ㅎㅎ)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광우병은 원인이 밝혀졌고 곧 사라지게 될 질병'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특히 '광우병 감염 위험성이 있는 소라 하더라도 고기나 우유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이 교수는 8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이현구)의 ‘광우병과 쇠고기의 안전성’ 원탁토론회 주제 발표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살코기와 우유의 경우 아무 문제가 없음이 밝혀졌다'며 '문제가 되는 뇌 등 특정위험물질(SRM)의 경우도 법으로 엄격하게 통제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이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 앞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프루시너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프리온 단백질이 광우병의 원인임을 밝혔고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광우병을 일으킬 수 있는 동물성 육골 사료를 모두 금지시켰다'며 '이에 따라 광우병은 1993년 3만5000건에서 2007년에 141건으로 급격하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광우병은 호흡기, 접촉 등으로 걸릴 수 있는 전염병이 아니라 프리온이 든 물질을 먹어야만 걸릴 수 있는 전달병(transmissible disease)'이라며 '따라서 이미 밝혀진 SRM이 축적되는 부위만 전 세계가 통제할 수 있다면 광우병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수억 마리의 소가 도축됐지만 그중 3마리만 광우병에 걸렸을 뿐'이라며 '식품에서 100% 안전한 것은 없으며 이 정도 확률이면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식품보다도 더 낮은 수치'라고 말했다." 위험논쟁에서 전형으로 등장하는 수사다: '100% 안전은 없다'. 또 친근한 위험과 문제가 되는 위험을 대비시키며 얼마나 확률이 낮은지를 보여주는 방식도 애용된다 (이미 여러 번 그런 주장을 읽은 것 같다. '광우병 걸릴 확률은 ...' 운운하는 ). 이와 대척점에 있는 레토릭은? 대표적으로 '사전예방의 원칙'(의심스러울 때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과학지식의 불확실성' 논변이 있다. 그리고 이 쪽 진영에서는 위험이 새로운 것임을 강조한다.

이제 우리는 관전 포인트를 이후 저항 진영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 지에 두어야 한다. 다른 과학자들이 반론을 제기할까? 저항 쪽에 있는 이들은 어떤 과학지식을 근거로 삼을까? 특히 초기에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 연구결과를 발표한 김용선 교수 팀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주목된다. 이들이 다른 학자들의 반론을 인정하는 순간 저항의 근거는 급속로로 약해지리라. 이들이 '잠수'를 탄 것은 어쩌면 그 때문일까? 그들의 입장을 지지해 줄 다른 학자들은 없는가? 적어도 과학계에서는 그가 소수 입장을 대변하리라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데 , 지금 상대는 과학한림원, KIST, 서울대, 식품안전청 아닌가? 아무래도 무게 중심이 그 쪽으로 쏠려있는 형국이다. 지난 밴쿠버 STS 학회에서 김모박사가 한국 광우병 연구자의 의심쩍은 행적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바가 있었는데 , 내 기억이 맞다면 그 연구자는 강원도 쪽 대학에 재직중이었다. 흐음. 그렇담 더 흥미로와진다. STS 쪽 논문 쓸 거리들이 그냥 여기 저기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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