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9일 금요일

광우병 논쟁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논란의 시발점이 된 논문을 냈던 한림대 김용선 교수는 9일 '유전자가 질병 발병의 중요한 한 요인이지만 유전자 하나 만으로 인간광우병에 잘 걸린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단다. "핀란드로 출국했던 김 교수는 이날 오후 1시 10분쯤 KE906편으로 귀국, 최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논란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사실 이런 언급은 8일 KIST 신희섭 교수의 주장에 대한 반론은 아니다. 그는 '김 교수의 논문은 인간광우병인 변형 크로이츠펠트야곱병(vCJD)이 아니라 아직 감염경로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산발형 크로이츠펠트야곱병(sCJD)에 대한 것'이라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이런 신교수의 언급도 애매하긴 하다. vCJD와 sCJD가 단지 감염경로만 다른지 아니면 발생기전이 다른지를 언급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선 교수는 유전자와 광우병 발생 관계에 대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번복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요인이 광우병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것만 놓고 보면 '미쇠고기 수입업자'들이 그리 좋아할 발언도 아니다. 언론은 워낙 지들 맘대로 과학 진술을 보도하니까 (무식하니까 쉽게 왜곡한다), 언론보도를 가지고 과학적 논쟁을 재구성할 생각을 포기하긴 해야 한다. 김용선 교수는 9일 '전세계적으로 광우병 발생 환자수가 워낙 적기 때문에 아직 발병 기전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고 한다. 전형적인 대응이다. 과학적 사실은 흔히 대중들에게 사실로 알려지나 - 언론은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 조금만 다그치면 대개 불확실한, 잠정적 지식으로 '후퇴'한다. 언론 혹은 '정치적' 목적에 써 먹으려는 이들은 논쟁적인 주제일수록 쉽게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과학'사실'을 동원할 수 있다. 그러면서 언론이 누구를 광우병 전문가로 만들어 가는지도 지켜 볼 일이이다.
또 대한의사협회(의협)도 9일 광우병에 대한 학술적 견해를 내놓았다고 한다. 연합신문 보도를 보니 나름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주는데, '좋은 얘기'는 다 해 놨다. 그러면 누구나 필요한 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이다. 연합은 기사제목을 "의협 '광우병ㆍCJD 등 프리온 질환 감시시스템 구축'"로 뽑았다. 건조한 편. 다른 신문들은 더 논쟁적인 이슈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는 이 소식을 전하면 대문에선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의협 '광우병 소 먹는다고 인간광우병 걸리는 것 아니다' (기사의 제목은 연합 그대로). 한겨레나 많은 언론싸이트는 같은 기사를 전재(轉載)하면서 [의협 "한국인 ‘사람광우병’ 취약 결론 낼 수 없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언론이 실제를 전달하면서 왜곡이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언론 없이 우리는 실제에 접근할 수 없다. 언론을 통해서 실제가 비로소 실제가 되는것(cf. N. Luhmann 1996, Die Ralität der Massenmed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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