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일보에 1990년대 초 광우병에 대한 영국의 대응과 2008년 한국의 대응을 비교하는
총수의 글이 실렸다 (이미지로 만들었는데 너무 긴 탓인지 올라가질 않는다). 축산업 보호를 위해 소고기를 먹어도 안전하다고 강변했던 당시 영국 정부와 현재 한국 정부의 모습이 중첩된다는 것이다. (딴지 기사는 기사의 좋고나쁨의 변동 폭이 매우 큰 편인데 이건 좋은 쪽에 속한다. 특히나 황우석 사태 때 총수와 딴지가 한 뻘짓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기사를 보는 일은 반갑다. 전반적으로 딴지가 지금 침체기에 있음은 분명하다. 여전히 틈새시장이 있어 명맥을 유지하긴 하지만, 글쎄 오래 갈 수 있을까...). 1990년 초중반 영국과 서유럽이 경험한 BSE 사건은 이후 영국 정부와 EU의 위험관리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한계야 항상 있겠지만, 위험관리에 있어서 정보공개, 시민참여 등을 통해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90년대 말 유럽 GMO 정치는 이 같은 BSE 경험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90년대를 거치며 각국의 위험규제 정치 유형의 차이를 지적하는 연구들이 집중적으로 발표되었다 (미국, 유럽의 차이를 강조하는 논문들이 많았었는데 몇 년 전부터 일부학자들은 수렴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물론 규제의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일부 경향이 그렇다는 얘기). 지금 한국 정부의 위험관리정책은 90년대 초 영국식이나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이다 (위험관리 유형을 국가별로 구분할 수 있는가는 학문적 논쟁거리 중 하나이다. 여기에서는 저널리스틱한 구분으로 사용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도 하지만, 굳이 전철을 밟아갈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다른 나라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위험 연구가 한국에서 한 때 유행이었는데 그 많던 위험 사회학자들, 위험연구가들은 다 어디 가셨는가? (이런 진술을 용감하게 할 때마다 늘 찜찜하긴 하다. 극히 제한적인 범위의 담론을 좇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식하니까 용감하다는 말, 이런 경우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내 관찰 범위에 들어온 드문 경우가 서울대 홍성욱 교수가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 지난 5월 14일에 "
광우병 민심 '확률'로 풀 일 아니다"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다.

미국식 위험관리, 위험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고 한국 관료, 전문가들이 배울 것을 충고하는 내용이다.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위험'에 대한 오랜 연구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과학자나 전문가는 광우병 같은 경우 확률로 위험을 계산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은 시민이 위험을 확률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 재앙의 정도, 통제 가능성, 형평성, 후속 세대에의 영향을 고려해서 총체적으로 지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위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대화의 의지, 투명한 정보의 공개, 신뢰의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버드대 Jasanoff 교수 팀에 있는 김상현 박사가 STS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이 칼럼에 대한 짧은 비판적 논평을 돌렸다.
"따라서.. '광우병 민심 '확률'로 풀 일 아니다"라는 홍성욱 교수님 주장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미국에선 안 그런데 우리나라의 전문가들은 그러고 있으니 큰 일"이라는 식으로 그리고 계신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한국이 위험평가, 위험관리에 대한 미국식 기준과 미국 스타일의 실천들을 더 열심히, 더 강하게 받아 들이면 들일수록, 홍성욱 교수님께서 우려하는 상황이 강화될 수도 있지 않나 합니다".
홍 교수가 언급한 위험관리유형은 유럽에서 더 쉽게 관찰된다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위험관리정책 연구 결과에 대한 지식에 비쳐 보더라도 김상현 박사 견해가 옳은 듯하다. 한국의 위험관리정책의 사례로서 이번 사건을 연구하고 다른 국가들의 경험과 비교하면 재미있겠다.
p.s.) 김명진씨가 한겨레 21, 5월 22일자에 광우병 발생에 대한 과학지식은 불활실하고, 위험 판단에는 결국 가치판단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는 전형적인 STS 시각에 기초한 글을 기고했다. 제목:
"광우병 걸릴 확률?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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