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쇠고기 수입 논쟁이 한 단계 더 나아갔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 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등 3개 교수 단체는 1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환경재단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정을 즉각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
프레시안 기사 참고). 이 기자 회견문에는 경제학, 정치학, 의학 등 각 분야 교수와 연구자를 포함해 총 1008명이 서명에 동참했다는데... 음. 교수 단체가 어떻게든 움직이는 건 시의적절한 것 같은데 전략적으로는 좋은 방식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이번 광우병처럼 서로 다른 지식주장이 정치이슈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교수 정도 되는 전문가들이, 그것도 집단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며 개입할 때 가장 영향력 있는 방식은 현재 관련분야 연구자들이 동의하는 과학지식을 건조하게 알려주는 것 아닐까. 언론이나 기타 논쟁의 당사자들은 마음먹으면 언제나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 전문가를 동원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 '집단'의 발언에는 특별한 힘이 실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성명서를 발표한 주체인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 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는 너무도 정치색 짙은 조직들이다. 아닌 게 아니라 프레시안도 이렇게 연결시키고 있다: "지난 3월 한반도 대운하에 반대하는 2500여 명의 교수들이 이름을 걸고 나선 데 이어 다시 한 번 교수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 전문지식이 아닌 교수단체의 정부정책에 대한 반대가 부각되는 것이다. 이 조직들은 또 늘 정부의 결정에 반대할 때나 언론에 등장하지 않은가. '경제학, 정치학'이 포함되는 것이 도움이 될까? (국제 협약 통상문제 전문가들로 표현되지는 않는 그냥 경제학, 정치학...). 서울대 의대 황상익 교수나 같은 학교 수의대 우희종 교수가 그나마 해당 분야 전문가로 등장하지만 좀 약하지 않은가? 더구나 의학자, 수의학자라고 해서 광우병에 대한 전문 식견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어렵지 않은가. 나름 광우병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판이니...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외국 전문가들의 발언, 의견을 따와서 전하는 언론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광우병 연구자 네트워크가 세계적으로 분명히 있을 텐데. 광우병을 연구하는 관련 학자들이 정말 어떤 견해를 더 지지하는지 '탐사'하지 않고, 그저 늘 그렇듯이 서로 상반되는 주장만 구색맞춰서 보도하면 그것으로 충분한가? 반대하는 이들도 어째서 그런 일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까? (사실, 이렇게 단호하게 얘기할 정도로 내가 언론보도를 모두 섭렵한 것은 아닌긴 하다. 하지만 여러 티비 토론 프로그램의 경우 인터넷 신문들 보도보다 그리 사정이 나은 것 같지 않고, 혹 피디수첩 정도가 관련 학계의 견해를 심도있게 보도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경우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과학과 정치를 분리할 필요가 있겠다. 과학적 논증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면 말이다. (글쓴이 일단 사라짐. fade out...)
(다시 등장). 이렇게 써 놓고 또 다른 기사를 보면서 생각해 보니 어쩌면 지금 미쇠고기수입 '사태'는 "광우병 괴담"운운하며 과학적 지식의 확실성에 대해 논쟁하던 단계를 지나 '재협상' 국면으로 넘어간 듯하다. 이미 '충분히' 알려진 과학지식, 반대여론 등을 등에 업고 재협상을 촉구하는 측과 협상은 기본적으로 불가하고 광우병 발생시 GATT 조항에 의거 수입중단할 수 있다는 정부 측 입장이 대립되는 모양이다. 어쩌면 '과학정치' 진행에 일정한 패턴이 있는 건 아닐까? 황우석 사태 때도 초기에는 논문의 진위 여부가 핵심 논쟁거리였지만, 논문의 조작이 결정적으로 드러난 이후에 지지자들은 쉽게 다른 이슈로 (예를 들어 원천기술) 논쟁의 방향을 틀 수 있었으니까. 그럼 결론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 정치는 정치요 과학은 과학? 과학정치도 결국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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