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2일 목요일

"경제 민주화" "과학 민주화" 같은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민주주의라는 정치적인 수사, 그 자체로 매력적인 수사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 같아서다. "모든 것은 정치적"으로 볼 수 있다. 어떤측면에서 보면 경제도 정치고 과학도 정치다. 하지만 정치와 경제, 과학의 경계를 명확하게 긋지 않고 정치라는 거대 담론의 틀로 포함시켜 버릴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비슷한 맥락에서 '시민' '시민권' 같은 표현을 이해할 수 있다.

반면에 애초에 보편성, 확장가능성이 큰 개념도 있다. '인권' '생명' '개인' '개인주의' '자유' '자유주의' '자율' '공공성' '정의' 같은...

ps) "민주화" "민주주의" 개념이 유난히 사랑받는 이유를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개정판)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한국사회에서의 권위주의와 독재권력에 대한 부정은 자유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이념과 가치로 내면화되고 정치적 투쟁을 통해서 실천되었다. 민주주의야말로 한국의 정치 전통에서 가장 확실한 집합적 경험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295쪽)

예컨대 프랑스 등 서양의 경우 천분인권으로서의 개인의 권리와 자유 등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혹은 귀족제와 신분제와 비교되는 공화주의 전통이 집합적 경험으로 자리잡은 것과 비교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전통, 정치문화, 정치레짐이 자리잡으면 그것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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