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0일 화요일

프레시안에 연재되는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중 '박정희는 왜 한국인의 '노예근성'을 주목했나' (여기) 중에서...

발전주의, 경제성장제일주의 등이 포괄적인 문화라면, 그 문화는 각 체계의 구체적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하부문화랄까, 그런 것을 나름대로 만들어냈다. 정치에 대해서는 '한국적 민주주의'! 서중석 교수 글을 보니 그게 여러 방식으로 변주되고 있네. '한국화된 복지 민주주의' 행정적 민주주의'. 이를 두고 '행정정치' '행정독재'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과학에 대해서는 과학입국, 과학국가주의 등을 이야기했지. 아래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명박과 박근혜 전혜 정부에서는 이런 기대마저도 없는 것 같지만...


"(...) '직수입된 민주주의가 한국 현실 속 깊이 뿌리박히지 못하고 실패한 해방 후의 역사가 교훈하듯이 한국화된 복지 민주주의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여기서 복지 민주주의가 무슨 말인지 잘 알 수가 없는데, 앞에 있는 '한국화된'이라는 말은 중요하다. '복지'라는 말을 빼면 된다. '한국화된 민주주의',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유신 시대에 그렇게 많이 듣던 '한국적 민주주의'다. 이게 바로 그거다. 직수입된 민주주의, 서유럽 민주주의는 우리나라에 안 맞는 것이라는 주장을 이분이 여기에서 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뒤에 여러 번 나오고, <국가와 혁명과 나>에서도 또 여러 번 강조된다.

프레시안 :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말이 울려 퍼진 유신 체제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아주 먼 시기였다.

서중석 : 그렇다. 가령 '혁명기에 있어서 민주주의' 같은 데에서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서구적인 민주주의가 아닌 즉 우리의 사회적, 정치적 현실에 알맞은 민주주의를 해나가야만 된다고 생각한다.' 머리말에서 한 말을 다시 한 번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렇게 설명한다. '바로 이러한 민주주의가 다름 아닌 행정적 민주주의다.' 이 양반이 다른 데서는 영어 안 쓰는데 여기서는 영어까지 써줬다. administrative democracy.

부제가 '혁명기에 있어서 민주주의가 행정적 민주주의'다. 일부 정치학자가 이걸 주목해서 설명하고 그랬다. 뒤에 이걸 또 설명하는 대목이 들어 있다. 뭐냐 하면 '민주주의를 정치적으로 당장 달성할 것이 아니라', 이것이다. 이 양반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걸 하자고 하면서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걸 사실상 여기서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양반의 기본 생각은, 유신 때도 그렇고, 민주주의가 우리한테 당장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기가 하려는 건 민주주의인데 그 민주주의는 한국적 민주주의다, 이런 식으로 두 가지 논리를 항상 동시에 주장한다. 여기서도 그렇다.

'민주주의를 정치적으로 당장 달성할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과도기적인 단계에 있어서는', 유신 시대에도 이런 말을 참 많이 썼다. 그 방법으로서 민주주의를 '행정적으로 구현해야 할 것', 이런 주장을 편다. 초점이 바로 거기에 있다.

1960년대에는 이걸 '행정 정치', '행정 독재'라고도 불렀다. 행정적인 처리라는 건 지시를 내려서 해나간다는 것이다. 주로 그걸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학자들 중에는 '이 시기 인도네시아 지도자인 아흐메드 수카르노의 교도 민주주의(guided democracy)를 이런 식으로 바꿔 얘기한 게 아니냐',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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