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의 권위주의와 독재권력에 대한 부정은 자유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이념과 가치로 내면화되고 정치적 투쟁을 통해서 실천되었다. 민주주의야말로 한국의 정치 전통에서 가장 확실한 집합적 경험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295쪽)
최장집의 이 이야기는 내게 신선하게 들렸다. "집합적 경험"은 쉽게 바뀌지 않지. 그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게 그런 면에서 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하지. 물론 대중추수주의도 문제지. 잘못된 표현이라면 그것을 고치기 위해서, 명실상부하게 만들도록 애를 써야지. 그게 지식인이 할 일이지. 하지만 정치 전통, 집합적 경험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지. 통하지도 않은 이상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대중들이 좇아오지 못한다고 불평하는 꼰대적 태도는 도움이 되질 않지. 정당정치을 강조하는 최장집 교수와 그 제자그룹들의 태도는 그런 면에서 비판을 받는 것이다.
루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 루만이 그리는 근대사회의 작동 모습을 규범적 기준으로 삼아서 한국의 나아갈 방향으로 삼는다? 그런 꼰대적 계몽적 태도를 루만이 가장 싫어했을거야. 물론 루만 스스로도 꼰대 기질이 다분하긴 했어. 여하튼... 현실에서 출발하자고. 현실! 역사! 장기지속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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