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친 이택광 님 글에 달린 Onook Oh 님의 댓글. 시원한 글이라 옮겨 둔다.
"주류 미국 경제학은 (한국도 별로 다르지 않겠지만) 이코노메트릭스 혹은 복잡한 수학모델을 사용해서 정치 경제 등의 문제를 이해하려고 하는데, 이게 멋있게 보이기는 한데 보통 사람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저게 뭔 소리인가 할 때가 다반사죠.
피케티는 이런 주류 경제학의 연구 방법론을 거부하고, 대신 역사적인 방법론을 선택했죠. 그러니까, 약 20여개의 나라의 200여년이 넘는 historical한 데이타를 구해서 그냥 간단한 도표를 그리죠. 복잡한 수학 혹은 통계공식을 사용하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볼 때는 뭐 리서치 방법론이랄 것도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반인이 보기에도 아주 쉽게 고개가 끄덕여 질 뿐 아니라 비판할 구석을 찾기가 더 힘들어지죠.
피키티의 공헌은 상식적인 이야기를 historical한 데이타를 통해 보통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야기를 잘 풀어 나간데 있다고 봅니다. 큰 공헌이죠. 어떻게 보면 신비화된 주류경제학의 리서치 방법론 (수학 + 통계 사용하기 좋아하는)을 보기 좋게 엿먹인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수학공식으로 아무리 그럴 듯한 모델을 만들고 썰을 풀어봐야 역사적인 자료에는 못 이기겠죠.
장하준 교수가 맨날 그러잖아요. 수학공식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주류 경제학자들은 자기를 경제학자 취급도 하지 않는다고. 미국 뿐 아니라 한국 그리고 주류 경제학에서 수학 혹은 통계 못하면 대학 -연구소에 자리 잡기 힘들 겁니다. 저는 이것을 탈신비화시킨 것도 피케티의 공헌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피케티의 연구방법론이 더 많이 사용되서 일반인들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더 잘 알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주류경제학이 버티고 있는 이상 리서치 페이퍼 퍼블리쉬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피케티나 장하준교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경제학을 접급한다면, 주류경제학은 연구방법론에 치여 복잡한 문제를 협소화 시키는 경향이 있는듯 합니다. 시도야 좋지만 사회가 기계처럼 돌아가는 것도 아닌데 수학-통계 모델로 사회-정치-경제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쉽겠습니까? 설명할 수 있다면 오히려 그건 대박이죠. 프로그램화 하면 되니까?
복잡한 현상을 수식으로 풀기 위해서는 (현실적이지 않은) '전제'를 만들거나 문제를 단순화시키는 수 밖에 없는데, 그게 지나치다 보면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수식만 가득찬 연구들만 나오게 되는 듯 합니다. 문제는 이런 연구를 몇년 하다 보면, 뇌구조가 수식으로 가득찬 '공돌이'처럼 변하고, 그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수학-통계를 사용하지 않는 학자들은 멍청하고 게으로 학자처럼 보이나 봅니다. 이게 주류 경제학의 실상이고 사회과학도 전반적으로 이 추세로 변해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특히 미국 대학의 사회과학 박사과정 커리큘럼에서 통계 수업은 거의 필수가 되어가고, 유럽의 대학들도 점점 이런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연구방법론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차이점을 알고 그 범위 안에서 떠들어야 하는데, '학자'의 자존심이란 것이 그걸 허락하지 않나 봅니다. 퍼블리케이션도 해야 하고...
제 발언이 수식을 사용하는 사회과학 혹은 경제학을 뭉퉁그려 비판한 경향이 있기는 한데, 수학과 통계모델에 의존하는 경제학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친구들이 '공돌이'인가 아니면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학자들인가 하는 뭐 그런 생각이 자주 들어서 몇자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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