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2일 금요일

직접 경험했던 터라 더 절절하게 들리는 이야기... 


     바다 무덤 

                   손택수


아내의 배 속에 있던 아기의 심장이 멎었다
 휴일이라 병원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동안 식은 몸으로 이틀을 더 머물다 떠나는 아기를 위해
 아내는 혼자서 자장가를 불렀다

 태명이 풀별이었지 아마 작명가는 되지 말았어야 했는데,
 무덤으로 바뀐 배를 안고 나는 신호가 끊어진 우주선 하나가 막막하게 유영하는 우주 공간을 더듬고 있었다

 그 후 아내는 어란을 먹지 않는다 꽃도 꺾지 않고, 나뭇잎 하나도 딸 수가 없다고 한다
 세월호 뉴스 앞에 아내가 며칠째 넋을 놓고 있다
 부푼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배 곁을 좀처럼 떠나질 못하고 있다

 버리지 못한 초음파 사진 속 웅크린 태아처럼 바닷속을 둥둥 떠다닐 아이들
 이틀이 아니라 두 달이 넘었다

 자신의 배를 무덤으로 내어준 바다는 실성한 듯 혼자사 자장가를 부른다
 파도 소리 뭍을 할퀸다

 아내는 이제 생선을 먹지 않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바다를 피해 다닐지도 모르겠다

 심장이 멎은 배를 끌어안고
 자장자장 들려줄 수 없는 자장가가
 흘러나오는 바다

[출처: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고은 외, 실천문학사, 2014, pp. 8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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