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3일 수요일

이강룡,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번역은 외국어 실력에서 시작하여 한국어 실력에서 완성된다." (10)

"나는 이 책에서 외국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일뿐 아니라, 외국어 투 표현을 더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으로 바루는 일이라든지, 전문 영역의 용어를 교양 영역의 용어로 바꾸는 과정까지도 번역이라고 넓게 규정했다. 한국인이 한국어 문장을 읽고서도 쉽게 뜻을 알지 못한다면 그건 둘 중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원문의 언어인 출발어의 맥락이 잘 옮겨지지 않았거나 독자가 이해하는 언어인 도착어의 맥락이 잘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11)

"이 책의 주제는 공부하는 번역자가 되자는 것이다. 의사소통의 양편을 두루 살펴야 하는 고된 임무를 성실히 완수하려면 꾸준히 공부하는 길밖에 없다." (12)

"좋은 글은 주제가 뚜렷하다. ... 좋은 글은 문제의식에만 머물지 않고 주제를 잘 반영한다. 구상과 기획이 다르듯 문제의식과 주제도 다르다. 문제의식은 넓고 희미하지만 주제는 좁고 뚜렷하다. 언론 매체의 속보 기사가 문제의식을 반영한 글이라면 기획 기사는 주제를 표출한 글이다. 저자의 바람과 글의 목적이 주제에 집약돼있다."(15)

"문제의식은 거창한데 주제는 소박하다. 사회를 조금씩 개선하는 힘은 이 소박한 주제에서 나온다. ... 문제의식이 바로 주제라도 되는 양 혼동하여 논지를 전개하면 곤란하다. 조리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Don't think of an elephant!)에서 이 문제를 적절히 지적했다. 상대 진영을 헐뜯거나 반박하는 데 머물지 말고 새로운 개념틀을 짜고 제안하라는 것이다." (18 - 19)

"추측이나 상상이 아니라 사실에서 주제를 도출하는 작품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노고가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20)

"위기 관리 능력이란 미련 관리 능력이나 욕심 관리 능력... 문제의식을 잘 파악한 다음 범위를 좁히고 덜 중요한 사항을 버리다 보면 주제라는 고갱이만 남는다."(20)

"주제는 대상의 한계를 소상히 지적해 주려는 태도에서도 나온다. 토론이나 논설에서 어떤 대상을 비판하려면 그 대상이 지닌 한계를 뚜렷이 밝혀 드러내면 된다. ... 한계를 지적하면 생산적인 비판이 시작된다. 구체적으로 비판하면 자기 한계도 함께 노출하게 되므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을 다른 사람이 다시 지적해 줄 수 있다." (21 - 22)

"당신이 얻고자 하는 지식을 담은 국내 저작물이 없으면 당신이 하나 만들라. 아니면 당신이 하나 번역하라. 그러면 최초로 만든 그 자료의 내용에 대해 사람들이 비판하거나 제안할 것이며 당신이 속한 공동체의 지적 자산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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