少年易老學難成
2014년 9월 3일 수요일
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속시원하게 대신 해주고 있네. 이강룡 선생... [최근작으로,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2014] [아래 글은 그의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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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표현이 알맞을 때가 있고 말랑한 표현이 나을 때가 있다. 학술 논문이라든지 전문 영역에서는 딱딱한 표현이 자주 오간다. 고유 명칭이나 개념어를 번역 없이 표기하거나 직역으로 두는 게 더 나을 때가 많다. “Ding an sich”나 “물 자체”라고 써야 이해하기 좋고, “네 의지의 준칙이 항상 보편적 입법의 원리에 부합하게 행위하라”라고 써야 닫힌 영역 안에서 의사소통하기에 좋다. 그렇지만 열린 교양 영역에서는 말랑한 표현이 더 나을 때도 있다. “파악하기 힘든 사물의 진짜 모습”이라든지 “세상 모든 사람이 네가 하는 짓을 똑같이 한다고 생각해 봐”처럼 말랑하게 표현하면 원래 뜻이 조금 훼손되지만 이해 과정에 쉽게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쉽게 써도 충분한데 쓸데없이 어렵게 표현하는 건 딱딱한 표현의 본질을 모르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다. 우리는 이 상태를 말랑하게 표현하여 ‘중2병’이라고 부른다. ‘외롭다’고 딱딱하게 표현하면 되는데 중2병에 걸린 애어른은 ‘문득 존재의 심연으로 고독이 침잠해 온다’라고 쓴다.
딱딱하게 ‘노인’이라고 써야 할 공문서에 말랑하게 표현한답시고 ‘어르신’이라고 잘못 쓰면 안 된다. ‘어르신 건강 검진’이라고 쓰면 그 잘못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어르신 범죄 급증’에 이르면 그 잘못이 두드러져 보인다. 딱딱하게 ‘장애인’이라고 써야 할 자리에 말랑하게 쓴답시고 ‘장애우’라고 쓰면 안 된다. ‘내가 장애우가 되고 나서’ 같은 표현은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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