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23일 월요일

발전, 성장 없는 근대?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의 근원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발전주의'일 것이다. 이는 근대성, 근대 정신의 고갱이이기도 하다. '개발주의','성장주의', '성공'지향... 혹은 - 정의하기 나름이지만 - '진보'라고도 표현되기도 하고...
체계이론의 관점에서도 '발전'은 근대 기능체계의 형성 및 재생산에 필수적인 개념이다. 발전은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한다. 무엇보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발전', '성장' 없이는 당장 무너지는 구조를 갖고 있고, 민주주의 정치 역시 발전을 약속하지 않으면 정권 획득 혹은 유지를 보장받을 수 없고, 의료체계는 더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제공해야 하고, 심지어 '발전주의'와 상극에 있을 것같은 생태주의도 발전주의의 터치를 받으면 '웰빙'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스포츠는 대표적으로 성공, 성장 지향이고, 루만은 이를 '기대의 인플레이션'(Anspruchsinflation)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발전' '발전주의'는 동시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었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중요한 과제다. 근대는 발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장치를 만들어 내었다. 사회운동(특히, 생태운동)은 일방적인 방향을 조정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는 중요한 구조이고, 복지 제도들도 그런 역할을 하고 있고, 각종 '책임' 담론 (예컨대 '책임의 원칙')이나 윤리적 접근 (최근 버전으로 '윤리 경영')도 이런 문제점 때문에 부각되고 있는 것이고... 그러나 그것은 모두 과도한 일방향적 근대화가 근대의 근거자체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보완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발전, 성장 지향이라는 근대의 본질적 특징은 변하지 않는다. 발전 없는 근대는... 그러니까 성립불가능한 형용모순이다.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역사의 단계를 우리는 '탈근대'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탈근대는 그러니까... 무엇보다 성공, 성장, 발전, 진보를 포기해야 하는 시대다. 그런 시대의 도래를 얼마든지 꿈꿀 수 있다.
공산주의가 아니라... 그런 커다란 이야기, 이데올로기가 필요하지 않은 시대. 단순히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깨끗하고 안전하고 생태적으로 부담주지 않는 방식으로 의식주를  누리고 (기대치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수준을 낮춘다면 현 생산력으로도가능하지 않을까?), 충분한 여가시간을 갖는... 차이가 없다면 그것은 의미의 죽음이다. 그러니 적절한 다툼과 갈등, 긴장은 필수요건이기도 하다. 다만 그런 차이가 악화되어서 배제, 죽음, 억압, 기타 파멸적 상태로 이어지지만 않도록...

'발전주의'/'개발주의'라고 이야기하는 맥락은 조금 다르다. 이 경우 발전이나 성장은 대개 '경제적' 측면에서 이해된다. 그리고 경제 성장이나 발전을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하는... 발전국가, 발전주의 국가는 그런 경향의 확산에서 국가가 지도적 역할을 하는... 특히 동아시아에서 이런 유형의 국가가 관찰된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발전 없는 근대가 없는 것처럼 근대의 국가는 모두 어느 정도는 발전국가일 수밖에 없다. 사실 동아시아 국가들에만 발전국가라는 특별한 이름을 줘서는 안된다. 물론 발전국가라고 다 같진 않다. 그래서 유독 동아시아의 몇몇 국가에 '발전국가'라는 이름을 부여할 때는, 좁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고, 이 경우 어떤 특징을 갖는지 별도로 구분해주면 된다.


ps)
"근대국가는 기본적으로 발전국가다"라는 견해를 지원해줄 응원군을 모셨다. 왈러스틴과 칼 폴라니! 여기에 장하준의 이름을 덧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출처: 인터넷 속 어드메...)

"왈러스틴이 지적했던 것처럼, 경제 발전은 세계 모든 국가들의 공통된 목표였다. 비록 경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은 동일하지 않았지만,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정권들은 경제 발전을 추구해왔다. 이러한 점에서 현대의 모든 정권들은 일종의 발전국가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다.
 폴라니를 비롯하여 여러학자들이 지적했듯이, 국가의 시장 개입은 자본주의 체제 내에 내재되어 있었다. 재화와 용역의 생산, 분배와 소비 같은 경제 활동은 정치와 국가 개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국민 국가가 지배적인 정치체제가 되면서 국가의 경제 개입은 더욱 세련되었고 또한 더욱 포괄적이었다. 비록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는 정도가 시간적으로 또한 공간적으로 달라졌지만, 경제 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규칙과 제도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국가의 역할이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필수적인 사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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