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0일 화요일

적지 않은 시간을 인도에서 보낸, 그리고 앞으로도 보낼 친구를 만나다. 그 친구가 들려주는 인도 사회 얘기는 참 낯설다. 카스트 제도가 여전히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 정도일 줄이야. 힌두교의 윤회사상이 그 제도의 유지를 가능하게 만드는 상부구조라고. 즉, 카스트의 계층에 따라 직업이 결정되는데, 현생에서 자신이 태어난 카스트 그리고 그 카스트에 속한 (배정된?) 직업에 충실해야 다음 생에서 더 좋은 신분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 21세기에도 그런 정당화 기제가 통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사회학적으로 흥미로운 현상은, 그저 단순한 종교와 신념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 사회의 작동이 신분구조와 직업구조의 긴밀한 결합 속에서 작동되기 때문에 그 결합구조를 깨는 순간 사회는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인도의 인구수와 경제규모 등을 생각할 때 인도의 혼란은 곧바로 세계의 혼란으로 이어질 것. 영국도 식민지 시절 손을 대지 못한 그런 전근대적 사회구조! 참으로 놀랍다. 정치체계는 오랫동안 사회주의에 가까왔고, 캘커타 같은 곳은 오랫동안 사회주의당이 집권하고 있다는데, 그런 신분제와 사회주의의 결합이 어떻게 가능할지 놀랍다. 인도의 기독교 역사는 상상 이상으로 길어서 남부 인도에는 기원후 2,3세기부터 지금까지 도마기독교가 지속되고 있다는... 하지만 기독교는 하층민이 믿는 종교이고 여전히 그렇다는...
체계이론 식으로 표현하면 계층적(층화적) 분화 사회다. 하지만 그런 전통구조는 겉으로는 근대적 사회구조와 공존한다. 인도도 선거가 있는 민주주의 국가 아니던가? 자본주의 경제이기도 하고... Kausalitäte im Süden 의 사례로 볼 수 있을 듯.
한국의 경우 신분제 질서가 외재적 요인때문에 쉽게 해체되었는데, 결과적으로 그것이 근대적 질서의 관철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심지어 우리보다 더 일찍 물고기에서 새가된 일본에 비교할 때도 더 급진적으로 해체되었으니... 물론 새로운 신분제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도 하지만... 그것도 이전 신분제에 비교할 바는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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