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주의' '성장/성공/출세제일주의'가 결국엔 종말을 맞이하길 기대하지만 (탈근대!) 그게 하루 아침에 될 일이 아니니, 과도기 전략으로 발전주의 길들이기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근대적 발전주의를 잘 길들인 나라를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부른다. 물론 선진국이라고해도 발전주의를 벗어버린 것은 아니다. 다만 선진국에선 발전주의가 야만적으로 활개치지 못하도록 이런 저런 족쇄를 채워 놓는다. 물론 선진국, 그리고 선진국의 이런 저런 조직들은 그런 족쇄를 피해서 '덜 선진국'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덜 선진국을 착취하는 것... 때로는 이런 저런 족쇄를 이들 덜선진국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왜? 어느 정도로는 통일되어야 착취하기 더 편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런 식으로 도입된 족쇄가 발전주의를 길들이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좋건 싫건 간에 이런 저런 까닭에 선진국이 발전주의를 길들이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족쇄 자체를 외면하기는 힘들다. 발전주의를 국가가 앞장서서 전파하는 발전국가의 경우 전형적인 야만적, 초기 발전국가의 시기를 보내고 후기 발전주의이 모습을 띠게 된다. 후기발전주의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띤다. 전기발전주의의 요소를 가지고 있으면서, 발전주의를 제한하는 족쇄의 도입으로 정치지형이 바뀌고, 행위자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더 넓어지게 된다. 하여... 혼란스러움은 더해지고,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족쇄를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수밖에... 어떻게? 저항으로, 계몽으로, 교육으로...
'발전주의'를 길들인다는 건 결국 발전주의를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주체를 길들인다는 말씀! 하지만 발전주의를 매개로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의식하고 있거너 그렇지 않거나 간에) 어느 한 주체만을 집중적으로 길들이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발전주의적 국가를 길들이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면... 국가(행정부, 의회)의 주요 결정권자들은 선거에 의해서 뽑히거나 선거의 영향을 받는다. 일상적으로는 여론에 영향을 받고... 여론은 주로 매스미디어에 의해서 형성되고... 무엇인가를 정치적으로 바꾸려면 이 모든 메커니즘, 권력의 순환방향 등이 순조롭게 작용해야 가능하다. '발전주의'는 근대 정치에 태생적으로 배태된 문화이자 이념이다. 그 방향을 바꾸는 데에는 참으로 많은 피가 필요했다. 대표적인 도전이 '좌파' 이념이었고, 최근에는 '녹색' 이념도 강세고... 한반도에서는 남북분단 때문에 '좌파' 전통이 근절되다시피했고 그 이후로도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고... (한국 주류 여론의 노동운동, 파업 등에 대한 저 부정적 견해를 보라!)... '녹색'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소수 중 소수이고... (이번 총선 비례대표를 위한 정당투표에서 녹색당은 0.43%를 얻었다). 복지를 새누리당, 그네씨도 입에 올리지만 그건 그야말로 '립서비스'일 뿐, 실제 정책에 대한 주류 여론은 부정적이다.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문제는 이런 발전주의에 발목을 잡히면 그렇게 좋아하는 발전을 이루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사실! 그 점을 알아챈 국가가 발전주의에 가벼운 족쇄를 채우고 있는 것.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런 국가들을 '선진국'이라고 부른다. 한국이 처한 상황도 모른 채 그저 철 지난 '발전주의'만 노래하는 이들이 멩박씨... 디제이나, 무현씨도 본질적으로 발전주의 지향이지만 그들은 그래도 좀 세련된 발전주의를 해보려고 애를 썼다. 실용주의, 즉 '아무 생각없음 주의'를 임기 내 실천해온 멩박씨와 그 무리들은 발전주의도 아닌 것이, 신자유주의도 아닌 것이... 그야말로 여기 저기 좌충우돌하다가 임기를 마친다. 유일하게 한 짓은 삽질! 그들에겐 '발전주의'란 이름을 붙여주기조차 아깝다.
여하튼... 발전주의는 한 단계 높은 발전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궁극적으로 발전 이상의 가치 실현을 위해서라도 길들여져야 하고, 언젠가는 무가치한 가치로 여겨져야 한다.
한 단계 높은, 아니 한 단계 더 복잡한 발전 (예를 들어 지식경제)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 입장에서 발전주의를 길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 생명과학 거버넌스는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결론적으로... 후기 발전주의 국가는 '혼란스러움','어디로 튈 지 예측하기 힘듦'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발전주의가 쉽게 사라지지 않고, 노골적으로 국가가 추구한다는 점에서 '발전주의'이지만 예전처럼 '발전주의'만 가지고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없다는 점에서 전기 발전주의 국가와 구분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