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일 일요일

페친 장대익 선생 이야기. 서울대 이태수 교수 인터뷰 발언에 대한 소감. 과학과 인문학의 관계에 대한...

"인문학의 정체성에 관한 이태수선생님의 탁월한 인터뷰라고 생각합니다. 깊은 성찰이 느껴지고 많이 공감합니다. 하지만 과학과 인문학의 관계에 대해 말씀하시는 뒷부분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세련된 언어로 말씀하고 계시지만, 결국 과학을 팩트의 세계에 가두고 있네요. 이런 분리론으로는 '사상으로서의 과학', '가치로서의 과학'의 모습을 포착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과학은 인문학과 함께 가치, 실존,의미의 자유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생가합니다."

인터뷰 중 이런 구절을 염두에 둔 것 같다.(인터뷰 링크)

"인문학은 사실 인식을 목표로 해서 성립된 학문이 아니다. 사실 인식은 과학의 고유한 임무다. 과학과는 달리 인문학은 인식된 사실의 의미 연관을 성찰의 대상으로 삼는다. 다시 말해 인식된 내용을 인간의 삶과 연결시켜 거기에 부여된 기왕의 의미를 캐내거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면서 그것들을 좋음, 나쁨, 옳음, 그름의 가치평가가 이루는 격자망 안에 엮어 넣는 것이 인문학이 하는 일이다."

"과학은 사실 인식을 넘어, 그 사실을 받아들인 뒤 인간이 삶의 스토리를 어떻게 꾸며야겠는가 하는 질문까지 맡아서 답을 해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인문학이 한때 교황청이 했던 것처럼 연구에 개입해서 천체 운동에 대한 사실 인식을 왜곡시키려 들 권한은 없다. 인문학은 과학의 사실 인식 성과를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아니면 인문학은 비이성적인 푸닥거리 같은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인문학과 과학의 임무 차이는 오늘날까지도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인간 개량을 하는 것이 좋은 일일까? 정말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다. 그게 바로 인문학이 할 일이다. 인문학은 진정 좋은 것이 무엇인지 미리부터 답을 가지고 있는 학문이 아니다. 우리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내용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어내는 것이 인문학이다. 좋은 것, 우리가 실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는 것이 인문학의 일이다. 그것은 뇌과학이나 유전공학이 하는 일이 아니다. 이런 분야의 지식을 기술로 연결시키고 기술을 활용할 방향을 결정하려면 인문학적 성찰을 건너 뛸 수 없다. 인문학적 성찰 없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장님에게 좋은 지팡이를 장만해주면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착각하는 것과 같다."

혼란스럽다. 인문학과 과학을 구별하는 방식이.. 사실과 가치의 차이. 과학의 Funktion과 Leistung 구분이 매우 유용하리라. 인문학 하는 양반들은 죄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고대철학자들을 21세기에 구현하려나보다. 과학, 학문의 자기지시적 성격, Funktion은 자연과학에나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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