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갈등을 잘 풀지 못하는 나라 순위를 매긴다면 한국은 분명히 상위권에 자리잡을 것이다. 사회 갈등이 다양하면서도 잘 못 푸는 나라로 제한한다면 선두에 설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이고. 사회 갈등이 다양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민주화가 되어있고, 시민들의 이해관심이 다양해질 정도로 여유있고 안정되어있음을 전제로 해야 상상할 수 있다. 여하튼... 왜 그럴까? 왜 한국의 사회 갈등의 영역은 다양해졌을까? 사회 갈등 해결 능력은 왜 이렇게 떨어지는 것일까?
(1) 무엇보다 정치체계의 역량 부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정치의 기능 원래 갈등을 흡수해서 국가 영토내에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리는 체계다. 특히, 정치체계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국가, 의회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당성 있는 결정을 내리고 관철시킬 수 있는 정치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오히려 역설적으로 더 참여적 절차에 관대하기도 하다. 여론조사로 선거 후보를 뽑는 나라니. 민주주의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그 형식성만 지킬 뿐 내용은 천박하기 그지 없다.
"사회합리화 과정을 거쳐 힘의 논리가 합의적 지배논리로 교체될 때 사회갈등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는데, 권력 추구적 세태가 갈등 해소의 실질적 기반인 대화와 설득의 공간을 응축시킴으로써 사회갈등의 과격화․파국화가 초래되고 있다는 점이 한국사회 특유의 맹점이라고 여겨진다." (김문조, 김종길 2007: 55f)
(2) 지식, 견해, 의견 등이 유통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졌고 그 속도가 빠르다는 점 또한 갈등이 크기 위한 중요한 토양이다. 정보통신, SNS 쪽으로 발달해있다는 조건, 갈등과 싸움을 부추기는 보도를 선호하는 언론, 갈등이 자라기 위한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
(3) 갈등을 중재, 조정, 결정 내릴 수 있는 신뢰 받는 권위자, 권위있는 집단, 전문직업이 발달하지 못했다. "넷티즌 수사대"니 "BRIC" 같은 집단이 등장하는 것이다. 언론도 "인터넷언론" 등등.
(4) 갈등 조정에 필요한 공유 문화의 저발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으려면 서로 다른 입장이 공유하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 메타문화, 메타가치라고도 부를 수 있을... 그런 공유 지점이 매우 좁거나 부재하다. 합리성, 상식, 공정성, 원칙, 게임의 법칙, 법치국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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