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아껴쓰자고 해놓고서... 윤태호의 "인천상륙작전"을 보고 있다. ㅠㅠ "미생" 등 전작이 다 그렇지만 윤태호의 웹툰은 그저 시간때우기용 만화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 위로한다. ㅠㅠ
여하튼... 방금 본 부분 중에서.. 해방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이 있는데...
"가만. 그러고보면 해방을 상상이나 해봤는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무와 바위가 마땅하듯 일본인의 존재도 마땅했다. 가지 말아야 할 곳과 살지 말아야 할 곳과 하지 말아야 할 것과 말하지 말아야 할 것과 듣지 말아야 할 것이 자연스레 체득됐다. 그것이 사라진 지금 남은 것은 혼돈, 또는 광기, 또는 불확실성이다."
해방 이전의 식민지적 질서에서 질서의 작동 방식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일본에 의한 질서였고, 각종 이념으로 대안을 모색한 바는 아니었으나 그 지배자를 끌어내리는 것이 일차 목표였으니까. 해방 이후 지배 메커니즘의 공백은 신손하게 미군정과 친일파 등으로 메꿔진다. 질서는 그렇게 유지되었던 것이다. 6.25 전쟁 이후는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정치적 혼동과 사회적 질서의 혼동이 등치되어서는 곤란하다. 일제가 틀지운 자본주의적 경제질서는 그 이후에도 근본적 요동없이 지속되지 않았나? 물론 일본인들이 남긴 재산 등을 처분하는 문제 등이 있긴 했지만... 북한의 경우엔 경제적 질서가 완전히 달라졌지만... 농지개혁, 국유화 등으로.... 남한의 기능적 분화, 기능체계들은 일제시대 이후 나름 근대적 질서의 외형을 갖추고 지속되지 않았나? 그런 질서가 근대화를 가져왔다는게 아니라 그런 질서에 대한 인식이 존재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닐까? 식민지하에서 정치적 질서, 억압, 착취가 일상을 지배했고, 사회의 모든 질서 위에서 작동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심지어 일제감정기에 과학의 순수성, 자율성 등에 대한 논의도 있었으니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