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만든 유럽의 근대: 근대 유럽의 중국문화 열풍" (주겸지 朱謙之, 청계, 2003)
원제는 "중국 사상이 서구 문화에 끼친 영향"으로 1940년 출간되었다고 한다. 중국 사상의 영향을 과대평가한 부분도 있지만.... 흥미로운 정보와 참신한 생각을 많이 담고 있다.
이런 구절 정도는 읽어줄만한데...
"칸트에서부터 피히테, 셸링, 헤겔에 이르기까지 어떤 경우는 '신'을 도덕적 존재(칸트)로 여기는 가 하면, 어떤 경우는 '신'을 보편적 자아(피히테)로 여겼으며, 또 어떤 경우는 신을 세계를 구성하는 통일적 절대관념(헤겔)으로 여겼다. 요컨대 '이성'을 '신'으로 삼는 이러한 경향이야말로 정통적 종교를 철학적 종교로 대체하는 것이니 모두 중국 철학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378쪽)
이런 표현은 좀... 과대망상같다.
"중국 사상이 독일에 끼친 영향을 한편으로 관념론 철학의 정신 혁명을 일으켰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계몽전제주의의 정치 개혁을 가져왔다."(379쪽)
주겸지는 "문화철학'이라는 책에서도 흥미로운 주장을 했다.
문화의 유형을 종교, 철학, 과학, 예술 등 네 가지로 나눴는데, 예를 들어 인도 문화는 종교 문화, 중국 문화는 철학 문화, 서양 문화는 과학 문화로 보왔다.
"(1) 문화의 유형: 서양 문화는 과학 문화이며 중국 문화는 철학 문화이다. 문화사적 입장에서 볼 때 서양의 역사는 사실상 과학 문화의 발전사라 할 수 있고, 중국의 역사는 철학 문화의 발전사라 할 수 있다.
(2) 문화의 구조: 서양 문화 속에서도 역시 종교, 철학, 예술이 있다. 하지만 모두 과학 문화를 중심으로 하여 '과학적 종교', '과학적 철학', '과학적 예술'을 형성한다. 마찬가지로 중국 문화에도 종교, 과학, 예술이 있다. 그러나 모두 철학 문화가 중심이 되어 '철학적 종교', '철학적 과학', '철학적 예술'을 형성한다.
(3) 문화의 발전: 인류 문화사의 발전 단계는 크게 '종교 -> 철학 -> 과학 -> 예술'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서양 문화는 세 번째 시기인 '과학 시대'를 대표하며, 중국 문화는 두 번째 시기인 '철학 시대'를 대표한다.
(4) 문화의 접촉: 서양 문화사에 있어서 '철학 시대'는 실제로 중국 철학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으며, 중국 문화사에 있어서의 '과학 시대'는 사실상 서양 과학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역자서문, 9-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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