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윤리"라는 표현이 뭔가 어색하다고 느끼는 이 '껄적지근함'의 정체가 무엇일까 검색하면서 만난 페친이기도 한 전철 선생의 글. "종교와 윤리의 상호 관계에 대한 고찰". 종교와 윤리를 구분하고, 종교와 윤리의 관계를 네 가지(?)로 구분한다. (1) 종교 우위 (2) 윤리 우위 (3) 종교 윤리 동등 (4) 종교 윤리 폐지
"종교는 절대적인 존재와 상대적인 인간 사이의 관계 에서 형성된다. ... 윤리는 한 개인이나 집단이 그의 고유한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영역이다. ... 종교는 절대자와 인간 사이의 관계성에서 열리는 영역이다. 반면 윤리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성에서 열리는 영역이다. 그리고 종교가 지극히 실존의 영역에 그의 근거를 두고 있다면, 윤리는 지극히 사회적인 영역에 그의 근거를 두고 있다. 그리고 종교가 세계와 우주에 대한 이해의 과정에서 전개되는 국면이면, 윤리는 세계와 우주에 대한 이해를 구체 적인 현실 속에서 실현하는 과정에서 전개되는 국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좀 불편하게 느꼈던 이유를 찾았다. 기독교와 윤리는 다른 차원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도 사회 속의 기독교인 이상 사회적 삶에 대한 규범적 지침을 제공하지 않을 수 없다. 기독교 윤리는 그런 그런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기독교 윤리는 윤리에 대한 다양한 접근 중 하나일테고.
- 기독교 윤리는 세속적 윤리와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예. '여호와증인'의 수혈거부, 징집거부)
- 기독교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기독교 윤리의 내용은 다를 수 있다. 기독교 윤리의 다양성!
- 종교가 사회적 질서를 결정하는 곳이라면 종교 윤리와 세속적 윤리는 구분되지 않을 것이다. (구약시대 이스라엘, 중세 유럽)
- 하지만 비록 세속화된 시대에서도 종교적 질서를 가장 높은 차원에 둔다면... 즉, 기독교를 사회의 다른 영역과 분리된 종교 영역으로 제한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본회퍼...
"본회퍼는 종교와 윤리의 관계를 어떤 우열의 관계로 파악하지 않고 대등한 관계로 본다. 그리스도 의 지배 현실이 그저 신앙의 차원, 즉 종교적 영역에서만 의미하는 것이라면 바울이 말했듯, "그리스도의 죽음이 헛된 것"(갈 2:21)이 되고 마는 것이다. 본회퍼 또한 바울의 연장선에 서 있다. 본회퍼가 말하는 종교와 윤리의 관계는 윤리가 종교를 향함이 아니라 종교가 윤리의 세계를 향함에서 비로소 그 의미와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그는 나아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세계가 화해하는 것을 발 견"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그리스도의 사건"과 그의 현실은 종교와 윤리간의 일치를 말하는 것이다."
기독교와 윤리를 통합하려는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겠으나, 그것은 개별 기독교인의 윤리, 혹은 기독교의 내부 윤리로 제한해야 하지 않을까? 기독교, 아니 종교와 세속 윤리를 통합하려는 시도는 대개 근본주의로 나타나지 않는가. 근본주의 이슬람, 근본주의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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