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드러나는 것, 분명하게 보이는 것이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뭐. 아주 틀린 얘긴 아닐 것이다. 아니 어쩌면 틀린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를 예로 들면.... 우리는 관찰, 접근가능한 의식의 세계가 지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무의식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보이는 부분이 아니라 감춰진 부분이 더 그 사람을 드러낸다고 하지 않는가? 나도... 여러 사람들 가운데 있을 때의 나가 아니라, 혼자 있을 때의 내 모습이 내 본질에 더 가까울 것이다. 사람들 관계 속에서 억누른 부정적 감정들을 혼자 있을 때 발산하는 그런 모습... ??
하나님도? 어쩌면 하나님의 본질은 드러내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감추시는 하나님에서 찾아야 할런지도...
사회구조는 어떠한가? 다들 정치, 경제가 지배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정말 그런가? 정치를 바꾸면 세상이 확 바뀌는가? 경제 질서가 바뀌면 세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가? 루만은 경제가 강해서가 아니라 취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지배적인 것처럼 보인다는 얘길 한 적이 있는데.... 역으로 사람에게 적용하면... 강한 사람은 약점을 감추려고 강한 척 하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역전.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영적 세계의 관계에도 적용이 될까? 결국 보이지 않는 영적인 힘이 세상을 움직인다? 보이는 세계 중에서도 오히려 약해보이는 것들, 눈에 띄지 않는 것들이 전체를 움직인다?
DNA로 치면.... 특정 기능을 결정하는 결정적 유전자를 찾는 방식으로 연구가 대개 진행되었지만, 막상 특정 기능으로 대응하기 힘든 DNA들 그래서 쓰레기 DAN(jung DNA)라고 불리기까지 하던 그런 DNA들이 결정적일 수도 있는...
강준만 교수가 '룸살롱 공화국'이란 책을 쓴 게 생각났다. 어쩌면 공적인 역사가 외면하는 '룸살롱' 같은 영역을 통해서 한국 사회를 오히려 더 잘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미시... 일상... 그게 더 재미있는 작업 아닌가? 거시에서 노는 것보다.... 각종 공식 통계 가지고 작업하는 그런 접근은 참 식상하다. 내가 그래서 주류 경제학이나, 실증적 작업을 싫어하는 것 아닌가? 푸코를 좋아하는 이유고... 하지만 큰 틀 없이 미시적이기만 한 것은 또 재미가 없어서 푸코의 한계를 느끼는 것이고. 엘리아스도 그런 면이 있지 않나? 어쩌면 좀 더 제대로 공부할 필요가 있을 지도...
어쩌면 난 루만을 그런 점에서 대안이라고 생각했는지도.... 거시적이지만 미시도 시야에서 잃지 않는.... 관찰되지 않는 측면 까지를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으로 이론을 구성하니....
관찰되지 않는 영역을 관찰하기? 혹은 놔 두기? 루만은 관찰할 수 없는 영역은 인정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작업은 거시를 설명하는데 집중했다. 기능적 분화. 기능체계들. 심지어 문화, 의미론 영역에 대해서도 대부분 기능적 분화와 관련된 '세련된 의미론'에 집중했으니까. 미시를 통한 거시 설명이라는 틀을 가져온다면... 덜 세련되고, 주목을 못받는, 관찰되지 않는 영역이 오히려 기능적 분화를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은 보이지 않는 부분을 통해서 보이는 부분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의 문제다. 궁극적 관심은 눈에 보이는 세계에 있지 않은가. 무의식이 중요하다에서 끝나는게 아니고 무의식을 통해서 의식을 설명하는 게 궁극적 목적인 것처럼... 덜 중요해 보이는 것을 통해서 중요해 보이는 것을 설명하기...
ps1) 지적 허영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주류 해석을 뒤엎는 것은 언제나 통쾌한 일이다. 남들과 달리 세상을 보려는... 그 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것에 관심을 갖고 그 점을 강조하는 것. 그래서 그것을 통해서 기존 해석을 뒤엎는 것. 그런 전복이 주는 쾌감. 나를 포함해서 독자들도 그런 주장에 솔깃해하는 것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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