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6일 목요일

신을 옹호하다(테리 이클턴, 모멘토 2010)

세상에 맑스주의 문학비평가 테리 이글턴이 이런 책을 썼다니: "신을 옹호하다" (모멘토, 2010).

레디앙에 이 책의 내용을 잘 소개한 글이 실렸다(글쓴이: 남종석).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고 싶군.

"도킨즈가 [만들어진 신]에서 진화론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이론’이라고 주장한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많은 유물론자들이 도킨즈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그가 신을 과학적으로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도킨스는 허수아비를 두고 전투를 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거치면서 정립된 신신학에 따르면 하나님은 우주의 제작자가 아니다.

신학자 맥케이브는 “창조주 하나님을 최고의 제작자, 우주의 최고 경영자로 해석”하는 것은 “하나님을 지극히 크고 막강한 피조물로 생각하는 견해”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아퀴나스의 주장대로 “창조주 하나님은 세상의 기원을 밝히기 위한 전제”가 아니다. 하나님이 태초에 있어 “태양이 있으라 하니 태양이 있고, 달이 있으라 하니 달이 있다.”라고 해서 태양과 달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우주가 양자 진공 상태에서 대폭발을 하여 지금까지 팽창하고 있다는 ‘빅뱅론’과 경쟁하기 위해 하나님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세상의 기원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위대한 신학자 아퀴나스는 말했다. 스콜라 철학의 대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믿어지는가? 

그러니 도킨스가 위에서 언급한 책들에서, 진화는 사실이고, 인간의 조상은 포유류의 조상과 동일하고, 그 조상을 끝까지 추적하면, 최초의 생명체는 박테리아이고, 더 올라가면 외계로부터 온 아미노산이라고 떠들어봐야 “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신은 세계의 창조를 두고 진화론과 경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창세기와 모세 5경 [창세기-출애굽기...]는 무엇인가? 그것은 말 그대로 신화다. 사실과 상상이 결합된 신화 말이다. 트로이가 진짜 있었지만 아킬리우스가 여신 아테네의 아들이이어서 그리스가 트로이를 물리친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고,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와 곰에서 변한 웅녀와 결합해 단군을 낳았다고 믿는 이가 없는 것처럼 하나님이 달과 태양을 만들고, 흙으로 아담을 만들었다는 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이를 문자 그대로 믿는 것은 교조적인 근본주의 기독교도들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은 왜 존재하는가? 신의 존재는 세상의 아찔한 우연성을 설명하기 위한 전제이다. 세상을 무에서 창조했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외계로부터 날아온 아미노산이든, 아니면 질소가 반응해서 지구 내에서 생명이 생겨났든, 생명이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매우 커다란 우연의 결과다. 빅뱅도 마찬가지다. 왜 최초에 폭발이 일어나 우주가 만들어지게 되었나? 말 그대로 일어나지 않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매우 우발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진화론을 설명하는 모든 학자들이 다 이야기 하는 것이 있다. ‘자신의 역사를 성찰하는 종’(인간이다!)이 이 세상에 출현하게 된 것은 너무나 우연한 변이의 결과일 뿐이라고. 진화의 나무를 역으로 거슬러서 최초의 포유류가 출현한 1억년 정도 회귀해 올라가서 다시 진화가 된다면, 인류라는 종이 출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인간 종은 매우 우연한 상태에서 출현했다. 그러니 “인간의 출현이 진화의 필연적 산물이라고 떠드는 것”은 진화론에 대한 최악의 오해이다. 

문제는 이런 우연 속에서도 우주는 만들어 졌고, 생명이 탄생 했으며, 인간 종이 출현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황홀한가? 굳이 없어도 될 것들이 그 수많은 우연적 상황 속에서 ‘지금 이렇게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 우연성을 설명하는 게 바로 ‘창조주 신의 존재’이다. 이런 우연적인 것이 마치 필연적이도록 만든 것은, 어떤 다른 초월적 존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이 요청된’ 것이다. 

과학은 결코 인간 출현의 필연성을 증명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과학은 당신이 왜 굳이 태어나야 했는가를 증명할 수 없다. 수 억 마리의 정자 중 난자와 우연히 성공적으로 결합한 결과가 ‘당신’이다. 과학은 그 결합의 과정과 세포분화를 설명할 수 있을지언정, 왜 굳이 다른 정자가 아니라 ‘그’ 정자가 난자와 결합했는지 설명할 수 없다. 고작 설명해봐야 통계적 확률인데, 그렇게 될 확률은 거의 제로이다. 당신의 어머니와 당신의 아버지가 결혼한 것도 통계적으로 거의 제로에 가깝다. 당신은 그런 우연의 결과로 세계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과학은 진화의 과정을 설명할 수 있지, 인간 종의 필연적 출현은 결코 논증할 수 없다. 왜냐하면 변이는 환경 작용에 의한 우연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즉 무로부터 세계가 창조되었다는 것은 하나님이 너무 전능하여 “무로부터 뚝딱 은하계”를 만들었다는 말이 아니다.

더 나아가 신이, 지적 설계론에서 주장하듯이, 우주를 만들고 45억년 동안 이렇게 저렇게 변화해 오도록 정교하게 설계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신은 세계의 “우연성을 설명하는 전제”이다. 당신이 이 땅에 태어나야할 과학적 필연성은 거의 없다. 확률적으로 따져 봤을 때 거의 무에 가깝다. 그럼에도 당신은 존재한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누구 때문이지? “신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질문하는 게 신학이다. “신은 은총이다”라고 성경이 밝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세계는 정말 우연들이 지배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움직여지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경이롭다. 아인슈타인 식으로 말하면, “세계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세계가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 우주가 빅뱅으로 만들어졌는데, 적어도 거시세계에서 이 우주는 정확하게 뉴튼의 역학법칙으로 설명가능하다. 우연찮게 만들어진 어떤 존재가 정확한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은 얼마나 경이로운가?과학은 법칙을 규명할 수는 있지만, 왜 그런 법칙이 만들어졌는가는 결코 설명할 수 없다. 신의 존재가 문제되는 지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그러니 과학을 통해 신의 존재를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그것은 헛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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