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6일 목요일

고종석의 '낭만미래'에 자유주의자로서 민족주의에 동의할 수 없다, 가족 등 자기가 속한 집단에 대해서 특별한 애정을 갖는 건 인지상정이지만 실체도 불분명한 국가를 사랑하는 건 다른 문제다... 대략 그런 내용이 들어있다. 잘 알다시피 국가주의, 민족주의 nationalism은 철저하게 어쩌면 가장 대표적인 근대의 산물이다. 루만에 따르면 근대사회의 구조 자체는 민족/국가라는 단위가 아닌 세계사회를 중심에 놓고 이해해야하지만 적어도 정치체계에 관한한, 그리고 세계사회의 기능적 분화 문제를 실현하고 여러 문제를 구체적 맥락에 따라 다루기 위해서 국가라는 단위는 필수불가결한 메커니즘이었다. 특히 일본에 의해 국가/민족 상실의 위기를 경험했고 그 위기를 넘긴 후에도 분단 상태가 지속되어서 정상적인 근대 민족국가를 아직 경험해보지도 못한 남한 상황에서 내셜너리즘을 비판적으로 접근하기란 쉽지 않다. 친일, 친미 소리 듣기 십상이다. 민족주의는 좌파, 우파를 막론하고 신성시되고 있다. 나 역시 거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민족, 국가, 혹은 사회 같은 단위적 사고를 강조하는 것은 한국에서 특히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이기주의, 가족이기주의 병폐를 치유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 물론 국가주의와 예를 들어 가족이기주의는 매우 잘 공존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여하튼, 그럴수록, 아니 그렇게 때문에 인류에 대해서 보편적인 사고가 필요한 것 같다. 내 비록 심하게 한국, 특히 남한 사회에 대한 애정, 안타까움이 있지만, 동시에 인류에 대한 보편적 사고를 지향하기도 한다. 이 둘 역시 반드시 상호배타적인 건 아니니까. 여하튼.... 좀 더 인류, 지구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엘룰의 표현은 참 적확하다. Think globally, act locally. 그런데 나는 어설프게 globally think하고 있고, local하게 act하는 것은 더더군다나 못하고 있다. 어설픔. 뭔가 야무지게 하지 못하고... 논문에도 그대로 드러나는 내 고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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