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사람'이라는 말은 확실히 과장된 격언이다. 글쓰기는 그 주체를 미화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심지어 자학적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자학적 글의 저자는 그 자학으로서 자신을 미화한다. 자기 혐호를 제 윤리성의 증거로 내세우는 것이다."(12)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는 한 것일까? 가족을 포함시킨다면,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 그러나 가족들 가운데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몇 안 된다. 내 경우에 핏줄은 사랑의 통로가 아니다. 가족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이럴진대,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많을 리 없다. ... 나는 동창들과의 자리가 어색했다... 그런데 묘한 것은, 내 눈엔 그들끼리도 달라 보이는데,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 흔쾌히 어울리고 친밀하게 굴기까지 한다는 것이다."(13)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를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친분과 우정이라는 그럴듯한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착취하고 있는 셈이다."(14)
"왜 그렇게 사람이랑 글이랑 다른 경우가 많지?"
"호모사피엔스가 명민하기 때문이지. 그 말을 교활하다고 바꿔도 되려나? 암튼 치장하는 기술이 잔연계에서 가장 뛰어날걸. 사람들이 쓰는 글이란 건 화장품이나 향수, 팔찌나 목걸이 같은 거지"(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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