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일 목요일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새해를 맞기 전에 일단 한 번 모아서 보냈다는 이유로 정말 며칠 마음 편히 놀았다.
31일엔 모처럼 뮤지컬을 봤다. 김광석 노래로 만든 "디셈버". 듣던대로 많이 실망스러웠다. 장진 감독의 그릇이 그것밖에 안됐나 싶다. 제일 큰 문제가 이야기다. 1부는 산만하다. 논문으로 치면 abstract를 쓰지 못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 모아 놓은 것 같다. 뭐. 시작이니까 당시 상황을 보여주고 등장인물 소개하고 본격적으로 전개될 이야기들이 연결될 거리들을 만드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다. 더 큰 문제는 2부. 2부에는 abstract가 너무 분명해서 문제다. 20년 전에 우연히 죽은 여친을 못잊는 찌질한 남자 이야기! 도대체 그 이야기를 하려고 50억을 들였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 논문도 그렇다. 한편으로 주장이 불분명해도 문제고, 너무 단순해도 문제다. 며칠 동안 abstract만 가지고 고민해 봐서 잘 안다.
1일엔 영화 '변호인'을 봤다. 그동안 영화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가 많아서 새삼스러운 감동은 없었다. 딱 예상한 만큼의 영화. 송강호 연기가 감정과잉이라고 비판하기도 하나 본데 난 그 연기는 시원해서 좋았다. 고문경찰 역의 곽도원은 이전에도 비슷한 악역을 많이 맡아서 그런지 오히려 감흥이 떨어졌다. 연기는 완벽했는데... 전반적으로 연기는 괜찮은 편이었는데,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이었던 인물들이 있었다. 검사와 신문기자 친구가 대표적. 시대 상황을 지나치게 '휴머니즘'적으로 풀었다는 비판도 있던데 거긴엔 전적으로 공감한다. '실존주의'를 지향하고, '역사란 무엇인가' 정도를 읽던 학생들을 용공분자로 몰아가는 설정이 좀 아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더 많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중영화의 한계라고 생각하자. 내가 느끼는 아쉬움은 결말에 대한 것이다. 이상하게 그 부분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듣지 못했는데... 송강호가 이제 피의자 신분일 때 그를 변호하겠다고 나선 변호사들 이름을 호명하면서 끝나는데, 이해하기 힘들었다. 시대가 바뀌기도 했지만 동료 변호사라는 특수한 관계도 있잖은가. 뜬금없었다.
오늘은 사실 다시 논문을 봐야하는데... 하루 더 놀기로 했다. 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고작 19세, 20세 무렵 대학생들 이야기치곤 사건이 너무 복잡하고 무거웠지만... 그래도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내 대학시절 기억과 연결시키면서... 그 양반 최근작은 오히려 읽어내지 못했다. "1Q84"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 "상실의 시대"인지 "해변의 카푸카"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노르웨이의 숲.... 작품 속에도 나오지만 비틀즈의 노래 Norweigian Wood에서 가져온 것인데 사실은 노르웨이의 '숲'이 아니라 노르웨이산 '가구'라는데  하루키가 잘못 이해한건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숲으로 해석한 것인지는 논란이 있는 모양. 어쨌거나 제목으로는 숲 쪽이 훨씬 더 그럴듯하다.
내일부터는 아마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듯. 긴장감을 다시 잡기가 쉽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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