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루만은 사회학 전통과의 단절을 애써 강조했고 실제로 글 속에서 고전사회학자들에 대한 언급은 찾기 힘들 정도지만 어쩔 수 없이 고전사회학의 성과 위에 자신의 이론 건물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베버, 뒤르케임 등의 영향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베버의 논점은 탈주술화로서의 합리화를 통해 근대인은 자기 삶과 세계에 대해 이전의 사람들과 전혀 다른 관계를 맺게 되었다는 것이다. 근대인에게 자연을 포함한 세계는 더는 숭배와 존중의 대상이 아니라 정복과 통제의 대상이 되었다. 더 나아가 인간의 삶 자체가 더는 내재적인 의미를 갖지 않게 되었다. 베버는 그것을 죽음에 대한 상이한 태도에서 찾는다. 생명의 유기적 순환 속에서 삶을 영위하던 전통 사회의 인간에게 죽음은 하나의 완성을 뜻하는 것이었다. 반면 무한한 진보와 끊임없는 변화의 한가운데 놓여 있는 근대의 인간에게 죽음은 의미 없는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다. 진보 자체가 어떤 궁극적인 의미를 지니지 않을뿐더러, 인간의 삶이란 그 진보의 선상에 놓인 작은 한 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베버의 탈주술화 테제는 신은 죽었다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의 사회학적 변용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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