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 듣는 팟캐스트 중 하나가 "창비 라디오 책다방"이다. 법학자 김두식 선생과 ... 음. 이름이 누구였더라?... 목소리가 좀 답답한 소설가라는 여성, 이 둘이서 글쓰는 사람을 초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누가 나오는지를 따져서 가려 듣는다. 최근에 들은 건 유홍준 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94년에 나왔단다. 그 때 그 책을 읽고서 내가 주동해서 졸업여행 코스를 해남, 강진 쪽으로 잡았다. 제주도로 가지 않은 것에 대해서 불평하는 후배들도 있었지. 여하튼 그 이후로 그 양반 답사기를 꾸준히 읽진 않았는데 지금까지 내고 있는 모양이다. 최근엔 일본 편을 냈고 앞으로도 최소 3 - 5 권은 더 내서 완결 짓고 싶단다. 사이사이 이런 저런 책들도 냈고. 대단한 열정이고 능력이다. 한국 미술사 전도사를 자청하고 있다. 지식인, 학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로 생각한다고.
저녁에 아주 슬픈 기사를 읽었다. 십대 여성이 모텔에서 아기를 혼자 낳고선 창밖으로 던져서 결국 죽게 했다는... 텔레비전에선 수십 년간 연구해서 말라리아 백신을 만들어 낸 프랑스 연구자 이야기를 들었다. 아프르키에서 말라리아는 여전히 큰 문제라고... 아프리카의 모습을 볼때마다 심난해진다.
이런 약간은 극단적인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내가 관심을 갖는 주제를 하려는 이야기들이 과연 무슨 유익이 있을까 의심하게 된다. 너무 한가한 얘기는 아닌지, 하나마나한 이야기는 아닌지, 윤리, 윤리화, 거버넌스, 체계, 체계통합, 기능적 분화, 근대성, 주변부 근대성, 공정, 정의, 원칙, 자유주의, 개인주의....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인지... 싶은 것이다. 물론 연결점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 고민을 더 해야 할 것이다. 게으름을 피우는 경향이 있다. 지적 게으름. 더 치열하고, 깊에 고민해야 한다. 정면으로 부딪혀야 한다. 그게 싫어서 검색하고 새로운 논문, 글 받아 놓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 듣는데 치중하고... 상황과 사실이 주는 도전에 내 관심사를 정면으로 충돌시켜서 내 생각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유홍준 선생도 그런 고민이 왜 없었을까? 그 험악한 시절 민청학련 사건으로 옥살이도 한 양반이니 더 시급해 보이는 일들에 기여하지 못하는 형편에 대해 자괴감을 갖지 않았을까? 팔자 좋게 문화재나 답사 다닌다고 비판받지 않았을까? 그래도 그는 자신의 관심사를 끝까지 밀어 붙였다. 이름도 얻었고 그가 생각한대로 한국 사회에 대단히 긍정적 기여를 했다.
내 관심사를 둘러 싼 생각을 더 깊고,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같은 길을 갈 수 없다.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도 다를 것이다. 자신의 관심사,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매진하면 될 것이다. 정말 가슴이 뛰는 그런 일을... 그런 일을 하지 못하고 남들 시선에 맞춰서 살면 그게 무슨 의미있는 인생이랴...
한편... 아버지, 어머니, 또 아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내가 그분들의 희생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쏟을 수 있었던 만큼, 이젠 그분들이 자신을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낼 수 있도록 내가 희생해야 할 차례인데 아직도 그러지 못해서...
유홍준 선생은 또 글을 여러 번 고친다고 한다. 쉽게 쓴 글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어렵게 썼지만 그런 표가 나지 않는 글이 좋은 글, 잘 쓴 글이라고. 자기가 읽어도 재미가 없는 글은 남이 읽어도 재미가 없다고.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매 챕터마다 다른 형식을 취하는 등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 애를 쓰는 모양. 독자를 분명하게 배려하고. 이야기꾼이다. 그의 글이 또 단단한 까닭은 대부분 답사에서 혹은 강연에서 구두로 전달하고 현장의 반응을 거치면서 검증되고 걸러진 이야기인 탓도 크다. 자기 글을 읽히면서 여러 번 고쳐야 좋은 글이 나오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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