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소준섭 선생의 '정명론(正明論)'의 결론 부분이다. 개념의 잘못된 사용이 개념이 가리키는 내용에 대한 혼란, 잘못된 이해와 논쟁에 기여한다는 지적이야 정당하지만, 그런 점을 과도하게 확대해석하는 결론 부분은 논리의 비약이다.
"'개념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언어는 인간을 인간 되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것으로서 인간의 사고를 구체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표현 수단이다. 그것은 인간 생활 전반에 깊숙이 관련되면서 인간의 본질 및 인간생활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언어는 개념을 담는 그릇으로서 언어생활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어떠한 용어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서로 상이한 개념과 이미지가 그 용어라는 그릇에 담겨져 사용되고 그것은 확대 · 심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개념이란 특정 언어로 표현되어 특정한 내용을 내포하게 되는 것으로서 따라서 언어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공자 사상이 수천 년 동안 동양 사회에서 흔들림 없이 견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공자가 '개념'을 완전히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일본은 근대 이후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개념, 즉 언어를 지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곧 동아시아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일본이 만들어낸 개념에 의하여, 일본인들의 언어에 우리가 지배당하는 한 우리는 계속 일본의 총체적인 지배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개념을 지배 --> 세상을 지배"? 사회구조적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가 쓰는 개념이기 때문에 그 개념이 지배적일 수 있는 것이겠지.
다만 사회구조적 변화와 개념의 관계, 혹은 사회구조적 지배와 개념의 지배 관계는 매우 복잡해서 단선적으로, 혹은 결정론적으로 이해할 일은 아니다.
여하튼... 한국의 경우 현재 관찰되는 "언어와 현실의 불일치 현상"은 어쩌면 구조적 개혁, 변혁, 변동 가능성은 떨어지는데 어떻게든 그 기대치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현실 때문인 것 같다. 한라라당이 복지, 경제민주화 같은 얘길 하는 것이다. 일베가 '민주화'를 비틀어서 쓴다던지... 이명박이 '공정사회'를 얘기하고 박근혜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야기하는 개같은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박정희의 '한국적 민주주의'는 귀여운 맛이라도 있지만, 이명박, 박근혜의 언어 사용 행태는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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