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4일 화요일

고종석 "낭만미래" 중

"진보주의자들은 국회 바깥에 있고, 이념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양대 정당이 국회를 양분하고 있는데, 이 둘의 다툼은 왜 이리 시끄러울까요? 그것이 이 다툼이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밥그릇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한국에서, 정치적 대립은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사적 이익의 대립인 겁니다. ... 커다란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갈라져 사납게 싸우는 것은 그 유권자들의 이념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특정 정파에 대한 자기 동일시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꼭 물질적 이해관계 때문은 아니더라도 심리적, 정서적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 민주당 이념과 안철수 후보의 이념은 거의 겹쳤습니다. 그렇지만 단일화 과정에서 양쪽 지지자들은 심하게 대립했지요. 그러니까 지지자들은 민주당 이념이나 안철수 후보의 이념에 자신을 투사한 게 아니라, 문재인이라는 인격과 안철수라는 인격에 자신을 투사한 것입니다" (60 - 61)

"지금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념의 과잉이 아니라 이념의 부족입니다. 유권자들이 이념에 따라 투표한다기보다 어떤 인격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투표한다는 거지요" (62)

흠. 뭐 나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념과 정치인(의 인격)은 원래 그렇게 분명하게 구분될 수 있는게 아니다. 이념을 드러내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이 정치인 아닌가? 새로운 인물, 새로운 세력은 새로운 이념을 구현하도록 기대되는 것이다. 기존 정당들도 간판을 새로 달기도 하고, 신장개업도하고 이합집산하면서... 이념은 상황, 시대에 따라 재해석, 재적용되면서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

또한 한나랑, 민주당, 안철수 세력 간에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 한나라당의 저 우경화, 제뱃속차리기, 뻔뻔함 정도는 놀라울 지경이다. 박근혜와 문재인의 차이는...오... 무지막지하게 크다.

다만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이념의 과잉이라는 지적은 옳다. 특히 좌파 이념이 설 자리가 너무 좁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앞에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은 역시나 좌파 세력이 힘을 더 갖게 되는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세력 따위에 좌파니 종북이니 하는 소리는 어울리지 않잖은가. 좌파가 최소한의 지분을 가지기 위한 전제 조건은 냉전 패러다임의 해소일텐데... 갈 길이 멀다.

여하튼... '낭만미래' 좋은 책이다. 토론 수업 할 때 읽히면 좋겠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논쟁이 양적으로 적진 않은데,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지식인들은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웅진문학임프란트의 이 기획은 그래서 시의적절한 것 같고 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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