少年易老學難成
2014년 1월 13일 월요일
우연히 발견한 흥미로운 글. 트리에 감독의 "멜랑콜리아"에 대한... 이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봤는데, 그 뿐이었다. 더 깊게 생각하지 못했었다.
"우울에 대하여 : 카프카와 멜랑콜리아"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멜랑콜리아>는 매우 짓궂게, 그리고 냉혹하게 이를 부정한다.
영화에서 주인공 저스틴(커스틴 던스트)은 유능한 카피라이터이고, 결혼식을 위해 약혼자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결혼식이 진행될수록 그녀의 우울증이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결혼식에 참석해서도 그녀에게 아이디어를 뽑아내려는 직장 동료들의 도발이 이어지고, 결국 그녀를 달래주던 가족과 언니마저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자 결혼식은 파탄 나고 만다. 결국 극도의 우울증으로 언니 가족과 함께 요양하게 된 저스틴에게 갑작스레 운석이 충돌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 전까지는 언니와 그녀의 남편이 저스틴의 우울증을 ‘치료’해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멜랑콜리아’라는 이름의 행성이 충돌해 세계가 멸망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니 언니와 남편은 행성의 거대한 위력에 절망하고 울부짖는다. 반면 저스틴은 오히려 행성 충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절망에 빠져 울고 마는 언니를 달래주기까지 한다.
우울증과 거대한 행성 충돌의 대치. 언뜻 봐선 지극히 사적인 문제(우울증)와 세계의 종말이라는 너무 거대한 서사의 대립이다. 도대체 감독은 무엇을 의도한 것일까? 이 역시 근대의 ‘합리성’의 문제를 고려해본다면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합리성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울증은 그것의 틀로 설명되지 않는 완벽한 타자다. 작중 주인공의 언니의 관점에서는 저스틴이 그런 존재다. 도저히 종잡을 수 없고, 공감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그녀를 이해해주려는 아량을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위선(?)은 거대한 행성 충돌의 충격 앞에서 사라지고 만다.
감독의 음흉한 의도는 여기서 드러난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영화 전반부의 저스틴의 우울증에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짜증을 내지만, 후반부에 절망에 빠져 슬퍼하는 언니와 자살하고 마는 형부에게는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이런 식의 유도를 통해서 감독은 현대인들의 합리성이라는 것이 고작, 보이지 않는 내적인 감정(우울증)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눈에 뻔히 보이는 행성,
‘멜랑콜리아라고 불리는 것과의 충돌’
에만 감정 이입을 하는 한심한 기제(mechanism)로 움직일 뿐이라는 것을 폭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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