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엔 있지만 한국에는 없는 것. 그것을 그저"개인주의"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한국, 그리고 동아시아는 집단지향적 사회고 서구는 개인지향적 사회인가? 글쎄. 이는 우선 개인주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있다. 그에 대한 깊은 논의를 생략하면, 한국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개인주의가 아니라 인간관계를 원칙적으로 평등한 인간들간의 관계로 이해하는, 인간과 그 권리에 대한 보편적, 추상적 이해(인권)이고 원칙적으로 동등한 개인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개인들의 권리와 주장을 규율하는 공적 질서, 공공성에 대한 합의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사회에 결여된 것은 인권과 공공성. 서구에서 이는 시민계급의 등장과 시민의식, 부르주아 공론장 형성의 산물일 것이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 찾다보면 박노자 선생 글을 자주 만나게 된다.
"필자[박노자]에게 송두율 교수가 프라하의 한 학회에서 1995년에 이야기한 대로, 대한민국이란 "시민사회"라기보다는 각종 유사 가족적 연고집단의 결합체입니다. 그 중에서는 제일 큰 것은 "단군의 후손들'이라는 "민족적 대가족"이지만, 또 그 안에서는 동문 집단마다, 지역마다, 하다 못해 대기업의 중년 남성 정규직 노동자의 집단마다 다 그 강력한 집단적 정체성과 이해관계 의식이 형성돼 있지요. 그리고 그 연고적 소집단의 단결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시자면 "이명박 동문"을 찍어주는 "진보적" 고대 출신들의 행태 정도를 관찰해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한국에 "시민사회"가 없다는 주장에 발끈하는 이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 견해 차이 역시 무엇보다 "시민사회"에 대한 이해 차이에 있을 것이다. 좀 넓게 이해하면 있을 것이고 - 각종 시민단체, 시위, 인터넷 여론 등등 - 정치와 일상생활을 매개하는 좀 더 제도화된 영역으로 시민사회를 이해하면 그런 시민사회는 희박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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