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친 박치현님의 글인데 그냥 가져왔다. 두고두고 생각할 거리가 될 것 같아서...
"'당연한' 이야기를 25년간 사회학자가 했는데,
이것이 어떤 의의를 갖는 것일까.
나는 조금 회의적인데,
사회학자들이 너무 양적이든 질적이든 팩트에 기반해 말해야 한다는 압박에 끌려다닐 경우, 물론 치밀하기는 하고 시간의 무게가 있긴 하지만,
훌륭한 기자와 사회학자 간의 구분점이 애매해지는 것이 아닐까.
요즘엔 너무나 좋은 PD들의 다큐가 있지 않은가.
어쩌면 문학가들은 직관으로 알고, 빈민들은 삶과 몸으로 알고 있는데.
사회학자들이 기자들보다도 느리게 당연한 현상을 마치 인류학자가 원주민을 '발견'하듯 발견한다.
이러한 시선이 난 불편하다.
대중저술가들의 직관과 사례의 조금은 비과학적인 종합이라고 할지라도(예를 들어 88만원 세대 같은 책들 말이다),
지나치게 게으른 올빼미가 아닌가.
팩트에 얽매이는 사회학은 철학의 올빼미보다도 더 늦게 도착하는 듯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난 사회학의 본령은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과학을 빙자할 수 있는 그럴듯한 이론"이 중요하다.
어쩌면 이론은 문학가의 직관을 과학적인양 포장하는 작업일지 모른다."
팩트/ 사실에 대한 지식, 진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자연과학을 전범으로 삼는 근대 학문의 강박을 사회(과)학도 경험한다. 인문학은 그런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 갖는 것 같지만... 사회과학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중간 쯤에 있는 것 같다. 물론 사회과학 중에서도 심리학, 경제학 등은 사회학에 비해서 좀 더 자연과학 쪽에 가 있는 것 같고... 사회학 안에서도 양적 접근은 사회이론에 비해서 좀 더 자연과학 쪽에 가깝고...
물리학자들에게는 엄밀성에서 떨어져서 한 수 낮은 학문으로 취급받던 생물학자들의 그 기고만장함에 질렸는데 (진화론에 대한 신앙)... 사회학은 도대체 무엇하는 학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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