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4일 화요일

페친 최낙언님의 . 좋은 내용이라 옮겨 둔다.


본질주의 : How pleasure works

사람들은 와인을 마시면서 쾌락을 얻는 이유가 맛과 향 때문이고, 음악이 좋은 이유는 소리 때문이며, 영화를 즐기는 이유는 스크린에 나타나는 영상 때문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일부만 맞는 말이다. 사실은 우리가 쾌락을 얻는 대상의 참된 본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영향을 받는다. 예술에서 얻는 쾌락의 대부분은 작품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의 역사를 감상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진품이라고 믿었던 그림이 위작으로 밝혀지면 그 순간 그림에서 느꼈던 즐거움은 눈 녹듯 사라진다. 물건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에는 끝이 없다. 특히 중요한 인물의 손길이 닿은 물건이면 가치가 크게 상승한다. 케네디의 집안에 있던 줄자를 4만8875달러에 구입한 사람은 맨해튼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후안 몰리넥스였다. 그는 ‘줄자를 사고 맨 먼저 내가 제정신인지 재 보았다’고 말했다. 그렇게까지 자책할 필요는 없다. 줄자의 내력 때문에 좋아한 사람보다 줄자의 실용성을 좋아한 사람이 현명하거나 이성적이라고 주장하기는 애매하다. 누군가 사용했던 물건을 비싸게 사는 이유는 물건이 특별한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무언가 발생하였고, 그 물건을 접촉하면 그 사람의 본질이 흡수된다고 믿는다.” -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 폴 블롬

광고에 비용이 비싼 유명한 탤런트가 등장하는 것은 그 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탤런트라 잘 생겨서? 잘생긴 사람은 정말 많다 하지만 잘생긴 것으로는 소용없다 유명하여야 한다. 이런 유명인에 대한 집착은 우리 에게만 해당한 것은 아니다. 영국인 36%가 병적일 정도로 유명인들에게 집착한다고 한다. ‘유명인 숭배증(Celebrity Worship Syndrome·CWS)’이란 병명이 공식적으로 생길 정도다.

왜? 그것은 유명하다는 것이 권력자란 뜻이고, 과거에는 권력자의 미세한 표정을 구별하고 기억하는 건 생존을 위한 최고 수단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권력자의 손길이 스친 것은 그에게서 나온 뭔가가 스며든다고 믿는다. 모조품 보다 진품에 집착하는 이유이다. 동일한 그림도 유명한 사람이 직접 그린 그림에는 그 사람의 무언가가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똑같은 음악도 유명한 연주가의 것에는 뭔가가 스며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조지 클루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조지 클루니의 스웨터를 얼마에 사실 겁니까?" 답변은 괜찮은 가격 이었다. "당신은 스웨터를 되팔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습니다“ 하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그런데 ”당신에게 스웨터를 드리기 전에 그것은 완벽하게 세탁될 것입니다" 라고 하면 가치는 급락한다. 클루니를 완전히 씻어 버렸다고 말이다. 우리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힘을 믿는다.

‘보이지 않는 힘’ 하면 생기론이 유명하다. 고대의 과학자는 생명력이 우주에 퍼져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9세기말의 생물학자들도 생명체에는 쪼개면 없어지는 독특한 생기(vitality)가 있다고 믿었고, 이중에서 생기론자(vitalism)들은 생명체가 죽을 때 없어지고 마는 생기를 검출하려고 애를 썼기도 했다. 생기론의 다른 면이 자연 발생론일 것이다. 지저분한 음식 등에서 쥐와 같은 생명체가 저절로 생긴다는 것이다. 이것은 파스퇴르 멸균실험을 통해 폐기 되었다. 하지만 그 습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화식을 하면 생기가 없어지고 비타민 등 몸에 좋은 성분이 마구 파괴되어 몸에 나쁘다고 믿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양은 그대로이고 오히려 좋아진 점이 많다는 것이 최종적인 연구 결과의 결론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아직 맛도 들지 않는 닭으로 된 영계백숙을 찾고 아직 풋기가 사라지지 않는 새싹을 생기가 가득한 특별한 음식으로 여기면서 찾기도 한다.

동일한 스포츠 중계를 생방송이라고 하면 집중하고 즐겨도 녹화방송이라면 그 결과를 전혀 모른다고 하여도 열기가 확 떨어진다고 한다. 생방송은 자신의 응원이 TV를 통해 운동장에 뛰고 있는 사람에게 전달되지만, 녹화방송은 이미 끝난 게임이라 자신이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애니미즘 현대에는 이런 본질주의를 완전히 극복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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