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4일 화요일

"나는 기도가 하나님을 변화시킨다기보다는 나를 변화시킨다고 믿는다.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이기보다는 나의 마음을 바꾸고 나의 삶의 태도를 변화시켜 그야말로 아무것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무욕의 상태에까지 이르게 하는 힘이라고 믿는다. 기도는 하나님의 힘을 빌려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포기하기 위한 것이며, 무엇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받아들이게 하는 지혜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기도는 이제 언어보다는 침묵의 행위이어야 한다. 아전인수 식 신앙관, 하나님을 편파적이고 무자비한 존재로 생각하게 만드는 기도, 아집과 편견을 조장하는 기도는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었다. 그런 편리하고 편협한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도를 하면 들어주고 하지 않으면 들어주지 않는 하나님, 어떤 이의 기도는 들어주고 어떤 이의 기도는 들어주지 않는 하나님, 들어줄 힘이 있는데도 무슨 이유인지 들어주지 않고 우리를 절망으로 모는 그런 하나님은 더 이상 내가 생각하는 하나님은 아니다. 지진의 엄청난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막지 않은 하나님을 믿기보다는 차라리 무신론자로 살아가는 것이 더 마음 편하고 인간다운 일일 것이다. 기도를 들어주고 안 들어주고 하는 하나님, 왜 안 들어 주시냐고 원망과 울부짖음의 대상이 되는 하나님은 이제 잊어버리자. 당분간 무척 불안하고 허전하겠지만 더 큰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이다. 그래서일까 독일의 영성가 엑카르트는 “나는 하나님을 떠
나도록 하나님께 기도한다.”고 했고, “하나님 아닌 모든 것을 넘어서도록 하나님께서 도와주시기를” 기도했다. 이제 우리도 더 이상 하나님을 괴롭히지 말고 놓아주자." (길희성, '하나님을 놓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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