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2일 토요일

루만토론방 가입신청이 끊이질 않는다. 오늘 178번째 회원인가? 모든 이론, 특히 추상성이 높은 이론이 그런 것같지만... 추상적인 이론은 매우 아름답다. 매력적이다. 추상이 무엇인가, 현실에서 정수를 뽑아낸 것들 아닌가. 그 자체로 완결성이 있고, 잡티가 없는... 추상적인 세계의 극단을 보여주는 학문은 수학일 것이다. 사회이론에서는 루만. 추상세계의 완결성, 정교함, 순수함 등에 매료되기는 어렵지 않다.
현실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문제는 그에 비해서 오물 투성이다. 잡티가 너무 많고, 그 복잡성을 복잡한 이론, 수식으로도 도무지 다 파악할 수 없을 정도다. 복잡하고 정교해보이는 이론도 당장 내 앞의 문제의 복잡성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그 간극을 메꾸는 작업이 중요한데... 쉽지 않다.
루만이 얘기하는 세계사회, 근대사회, 기능적 분화, 지능체계들의 자기생산성, 체계간의 구조적 연동, 인간의 포함, 배제...  그 자체로 흥미롭고 설득력도 있는 이론이고 주장이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한국에 있었던 생명과학규제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서 루만은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루만이 그리는 추상적 세계 속에서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레고 블럭같은 개념들을 가지고 이론적 세계를 건설해 보고 싶은 것이다. 그 세계 밖에서 규격도 제각각이고 잘 연결되지도 않는 현실의 파편들로 뭔가를 세워야한다는 생각을 하니 답답한 것이다.
높은 추상성을 보이는 '장르'로 문학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문학은 문학 바깥의 삶과 언어를 재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학의 언어는 문학의 언어이고 문학이 그리는 삶은 문학의 삶일 뿐이다. 페북을 통해서 가끔 읽게되는 어떤 작가의 글은 처음에 읽을 땐 담백해서 좋았다. 반복해서 읽다보니 향수를 뿌리지 않아서 좋아던 그 글에서 소독약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도무지 사람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글을 잘 구사하는 몇몇 페친들의 글이 심지어 역겨울 때도 있다.
영화는 좀 다른 것 같다. 물론 소독약바른 것 같은 화면을 보여주는 영화도 있지만, 영상은 기본적으로 현실을 더 잘 묘사한다. 다만 영화의 메시지가 말라비틀어진 뼈다귀나 해골처럼 앙상한 경우들은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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