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지마 교수의 소농사회론-유교 근대성은 그나마 역사적 접근이라 수용하기 쉬웠던 것 같다. 뚜웨이밍 교수의 유교 근대성 논의는 그에 비해서 덜 신선한 주장으로, 동아시아 전통을 존중하자는 어쩌면 매우 꼰대스러운 발상으로 생각했었다. 지난 몇 주간의 지적 혼란을 겪은 탓인지 뚜웨이밍 류의 주장이 새롭게 다가온다.
하지만 서양 근대성과 유교 근대성의 내용을 그렇게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재구성할 수는 있을텐데... 모든 문화는 비슷한 측면을 다 포함하고 있는 것 아닌가? 예를 들어 전형적인 서양 근대성의 특징으로 생각하는 개인주의! 아시아 유학, 유교 전통에도 개인주의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서양에도 집단주의, 가족주의 전통이 있고. 사회구조적 측면은 상대적으로 더 분명하게 확인되는 것 아닌가? 사회구조가 선호하거나 강조하는 혹은 감추는 그런 문화가 있는 것 아닌가? 특정 사회구조와 특정 문화의 친화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루만적 매우 루만적인 시각인데... 사실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 삶의 실제적 영위 과정에 대한 의미부여 아닌가? 그러나 삶의 실제적 모습, 그리고 그것의 구조화된 형태(사회구조)와 관련이 없을 수 없다. 문화의 독립성을 인정한다고 쳐서, 무게중심은 구조에 둘 수밖에 없다.
물론 루만의 경우 사회구조가 매우 매우 거시적이다. 전근대사회와 근대사회의 구분 같은.... 근대 사회 내의 구조적 다양성,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 예를 들어 지역과 국가를 경계로 하는... 그런 구분에 대해서 매우 취약하다. 세계사회를 전제로하기 때문에 워낙 추상적 수준에서 이론을 설계해서 그런 건데... 구체적 양상의 다양성은 루만의 개념으로 잘 표현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기능체계 간의 관계가 그렇고, 또 다른 분화원칙과 기능적 분화 원칙 간의 차이도 그렇고. 분화를 세 개로만 구분한 것은 너무 단순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분절적 분화, 계층적 분화, 기능적 분화라니...
아시아 문화, 유교 문화 같은 게 있어서 면면히 유지되고 있다? 그런 건 아닌 듯하다. 모든 전통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섞여 있다. 유전되기도 한다. 문화적 유전자(밈meme?)시대적 상황, 구조적 조건에 따라 강조되는 문화, 선호되는 문화가 있을 뿐. 그런 요소들을 묶어서 부를 수는 있겠지만... 그것들은 늘 구성되고 재발견되는 것이다. 그러니 같은 문화, 문명권이라고 하더라도 국가와 지역에 따라 다른 점들이 강조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문화가 바뀌지 않는 것은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은 탓이 크다. 사회구조가 바뀌는데도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고 보기 보단. 사회구조를 공식적 구조와 비공식적 구조로 구분할 수도 있겠다. 서양에서는 이 둘이 상대적으로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고, 비서구에서는 덜 그런 것 같고.
내 논문에서 늘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이 결국 서구적 근대화, 서구적 근대에의 적응을 주장하는 것 같아서였는데... 그것을 "서구""서양"이라고 제한하지 말고 "사회구조"로 보면 어떨까? 서양 지역에서 내적 다양성이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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