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3일 금요일

"예수의 역사와 동양사상" (김명수, 2012, 통나무)

논문의 불확실성 때문에 위로가 필요해졌다. 도서관 기독교 쪽 서가를 기웃거린다. '평범한'(!) 책들, 평범한 복음은 도대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쪽은 뭐랄까... 동어반복 같은 느낌이다. 신념... 믿슙니다. 주실줄 믿슙니다... 그 중에서도 유진 피터슨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그 양반 책을 집어들을 뻔 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우연히... 저자는 경성대 교수다. 경성대에 신학과가 있는줄 몰랐네. 한신대 출신으로 독일에서 Q복음 연구로 학위를 받은 민중신학자. 이력이 다채롭다. 시골 출신, 가난한 서울 생활, 순복음 교회에서의 각종 은사 체험, 공대 입학 후 그만 둔 사연, 신학대학원 재학시절 (조작된?) 간첩 사건에 연류되어서 5년여간 투옥생활 등등. 생각보다 재미있다. 기회가 되면 이 양반 다른 책도 읽어 볼 생각.

책 중에 이름이야 들어서 알고 있었던 마이스터 엑카르트(Meister Eckehart) 이야기가 잠깐 등장한다. 그 양반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엑카르트는 루터보다 대략 2백 년 앞에 살았던 중세의 신비가... 어거스틴, 토마스 아퀴나스로 이어지는 중세 기독교 학자들은 인간의 타락과 죄성을 강조하였다. 원죄의 뿌리를 타고난 인간이기에 스스로의 가능성을 철저히 부정하고, 오직 하나님의 은총에만 매달리는 신앙이 강조되던 시대였다. 이와 같이 원죄론이 지배적인 풍토에서, 엑카르트는 창조론에 근거하야 복음을 새롭게 해석하였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하나님의 모양 imago dei'에 따라 지으셨다는 것, 인간에게 만물을 관리하도록 위탁하셨다는 것, 인간을 만드신 후 하나님은 기뻐하셨다는 점을 강조했다. ... 인간은 죄인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복된 존재로 태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서의 기본 사상을 원죄설보다, 원복설 原福設에서 찾았다. ... 엑카르트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사는 삶을 경계하고,  오히려 신앙인은 하나님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 '하나님을 위해서 하나님을 놓아버리고, 하나님을 위해서 일한다는 생각에서 떠나야 한다' ... 하나님은 죄로 죽어 마땅한 인간을 벌주고 심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고 구원하기 위해서 인간을 창조하셨다는 것이다. 성서의 기본 사상은, 하나님의 심판과 징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은총과 축북에 있다는 것이다. ... '나는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깨달음을 가지고, '내 안에 잠재해 있는 하나님의 씨앗을 잘 보살피고 싹을 틔워 열매 맺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이것을 엑카르트는 하나님가 내가 하나 되는 사람, 곧 하나님 아들로서 다시 태어나는 삶이라고 한다. 그는 그리스도인에게 세상 한복판에서 언제나 하나님을 만나고, 일상  속에서 하나님을 대면하는 삶을 살 것을 촉구하였다. 세상 한복판에서 하나님을 대면하는 삶, 하나님 아들로서 주체적으로 사는 삶을 일컬어, 엑카르트는 '초탈 超脫 Abgeschiedenheit'이라고 불렀다. 엑카르트는 기독교인이 계발해야 할 세 가지 영성에 대해서 말한다. 성서적 영성, 예언자적 영성, 신비적 영성이 그것이다. 성서의 영성은 곧 창조의 영성이다. 나는 이미 하나님의 복을 지닌 존재로 태어났다는 것, 나는 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내 존재 자체가 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사는 것... 예언자적 영성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속에서 정의를 세우며, 이웃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를 건설하는 것... 신비적 영성은 활홀경 속에서가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하나님을 대면하는 삶을 사는 것... 루터의 인신칭의Justification의 배경에는 엑카르트가 서 있음을 알 수 있다."(25 - 27)

어찌보면 한국 교회의 주된 가르침은 성악설에 기초한 종교개혁 전 교회의 가르침에 가까운 것 아닌가? 죄인을 강조하고 심판을 강조하고... 또 헌금 등 '행위'를 강조하고... 믿음으로 구원받을 가능성도 강조된다는 점에서 중세 교회와는 물론 구별되지만...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기 위해서... 어떠한 계획... 어떻게 설계... 일은 계획을 세워 하되, 인생은 주어지는 대로 거기에 맞추어 살라고 한다. 아무리 좋고 훌륭한 계획을 세워보았자,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 하나님께서 주시는 대로,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 감옥에서 깨닫게 된 ... 인생에는 좋은 나쁜 것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단지 좋고 나쁘다는 생각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 그 하나이다... 실체적으로 선악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 또는 보는 시각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관계적 개념들이다. " (33-34)

이 양반 인생에 대한 견해도 나와 비슷하네. '일은 계획을 세워하되, 인생은 주어지는 대로 산다' 캬! 딱 내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는 표현이다. 써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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