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거리들이 얽혀있다.
(1) 아침 사무실 나오는 길에 들었던 벙커1 김동춘 교수 인터뷰. 한국 사회의 현실을 이해하는 핵심고리로 전쟁을 꼽았다. 민족문제가 아니라 - 뭐랬더라... - 생존하기 위해서 적을 학살하던 그런 상황... 학살자가 오히려 더 잘 나가는... 컴플렉스, 약점을 가진 이들이 (예컨대, 친일파) 오히려 비판적인 목소리를 오히려 빨갱이로 몰아서 제거하는.... 살아남기 위해서 동조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적극적으로 친일을 했거나 혹은 부정한 권력에 아부했던 큰 도둑놈들이 오히려 그 이후에도 승승장구하는... 용산사태의 김석기 같은 넘이겠지... 이는 용산 희생자들을 몇번씩 죽이는... 전쟁 후에도 일종의 신상털기가 있어서 마음에 드는 처자를 가지려고 처자 가족의 신상 중에서 좌익 의혹을 들추어서 위협, 협박하는... 지금 신탕털기나, 종북세력 딱지 붙이기 등은 사실 직접적인 폭력을 가하거나 집단적 학살의 형태를 띠지 않았을 뿐이지 그 형성 및 작동 메커니즘은 이전과 똑같다.
설득력 있는 설명이다.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데 대단히 복잡한 이론이 필요한 것 같지 않다. 이 정도면 (?)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왠지 석연치 않다. 한국 내 문제를 설명하는데는 충분할 수 있지만... 세계사적 맥락에서 보면 좀 답답한 것이다. 물론 전쟁의 양상 등은 매우 다르지만 - 내전, 국제건? - 독일의 경우를 비교해 보자. 한국보다 훨씬 더 야만적인 시절을, 그것도 더 길게 보내지 않았던가? 그 시절의 흔적은 지금 찾아보기 힘들다. 더 깊게 감추어 두었을 수도 있겠지만...여하튼 외적 작동 차원에서는 매우 '건전'하다. 결국 문제는 '근대성' '근대화'아닌가 싶다. 어떤 근대화를 겪었는가... 외부의 충격을 흡수, 소화하면서 주제척 근대화를 겪었는가, 그러면서 '보편성'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가, 아니면 외부로부터의 자극, 충격에 소극적으로 맞서면서 살아남기의 원초적 욕구에 지배되었는가? 좌든 우든... 북한이든... 남한이든.... '보편성' '추상'에 대한 고민없이 그저 생존... 살아남기... 날 것으로서의 욕망이 지배하는...
전쟁에서 살아남기 - 굶주림에서 살아남기 - 열등감/부끄러움을 벗어나기... 뭐 그 정도도 정서가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근대성, 세계사회... 등에 대한 보편성을 얘기하기도 부끄러운...
(후기: 들을수록 더 공감하게 됐다. 일단 민족문제, 민족모순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열쇠말을 꺼낸 것이 적절했던 것 같다. 전쟁은 보편성, 추상성 수준이 훨씬 더 높은 개념이라 다른 지역의 사례와도 연결되기가 쉽고... '양민'학살이 아니라 '(비무장)민간인'학살이 더 옳다는... 여하튼 framing, 표현이 매우 중요하다.
- 전쟁 비지니스 (한국 군사비 35조원, 제대로 감시되지 않는 예산... )
- 전쟁 정치:
미국에게 남한은 절대적 중요성을 부여하는 지역이 아니다. 일본이 중요하고... 남한은 일본에 위협이 되니까 신경쓰는 정도? 남한의 보수세력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어서 미국이 언제라도 떠나갈까봐 안달이다. 바짓가랑이 붙들고...] 이승만 같은 경우 끊임없이 북한을 자극하면서 미국의 개입을 요청한다. 한국전쟁시... 북한에서는 38선 근처 주민들을 소개시킨다. 전쟁 의도를 보인 것. 왜 거기에 대해서 남한과 미국이 반응하지 않았는지는 미스테리.... [아마 48년부터 일종의 준전시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정말 남침하리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 남침하더라도 휴전선 주위에서 머물 것... 북한도 오판하긴 마찬가지. 서울을 쉽게 접수한 후 10일? 머문 것. 남쪽에서 민중봉기가 일어날 거라고 예상했다나... ]. 전쟁 후 남과 북은 모두 전쟁 경험으로 인해 체제의 위기의식을 고취시키고 내적 통합 쉽게 할 수 있었다. 남한의 경우 특히 68년 김신조 등의 동해 무장 게릴라 침투는 매우 충격적 사건이었다. 패닉... 그런 패닉때문에 박정희 쿠테타가 성공할 수 있었다. [전두화의 경우는 그게 '광주사태'아니었나? 위기가 필요...그 이후에도 북한위협은 중요 대목에서 등장했고, 거기에 경제위기 등이 추가되었고... ]
지배세력, 우파세력은 궁지에 몰릴 때 빨갱이 사냥에 나선다. 진보적 지식인에 빨갱이 딱지 붙이기. 한완상, 최장집, 강정구 등등. 최근의 종북딱지 붙이기 까지. [독일로 치면 그건 '외국인 혐오', '반유대주의' 등이 아닐까?] 하지만 그런 저급한 방식을 취해야 할 정도로 보수세력들의 정당성이 취약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보편성에 대한 인식을 갖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잘은 모르지만 조선시대 유학, 성리학의 논의 수준은 상당히 추상적이었던 것 같다. 신분제적 질서가 철저하게 유지되었던 서양과 비교할 때도 인간에 대한 '보편성'에 대한 인식 수준은 꽤 높았던 것 같다. 심지어 '왕'에 대한 이해도 서양과는 달랐으니까... (정도전, 맹자의 '왕도정치' 등등). 하지만 이런 보편적, 추상적 이해는 근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단절되었다. 한국의 모든 비극은 이 '단절'에 있다. 세계, 세상의 변화의 흐름을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변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지 못했던 나라들은 대개 멸망해서 역사 속에서 사라지는 경우들이 많다. 한국은 그렇게 되기엔 이전에 쌓아 올렸던 문명, 문화의 독립성 수준이 높았던 터라, 또한 반도라는 지리적 이점까지 결합되어서 주체적 변화를 이뤄내지 못했음에도 살아남았다. (유럽에도 그런 경우들이 있다. 폴란드 등). 여하튼 대세, 대국의 힘의 자장 속에서, 혹은 그 힘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는 데는 나름 일가견이 있는 듯... 여하튼 살아남는 일이 지상최대의 목표가 되면서 추상적, 보편성 논의는 일거에 쓸데 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실용주의, 약육강식, 사회진화론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정서가 되었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그게 좀 세련되게 표현된 것이 성공론 아닌가. 경쟁을 즐긴다. 남을 밟고서라도 이기기, 살아남기가 특기이자 취미가 되어버렸다. 기독교인도 예외는 아니다. 다른 종교를 밝고서 교세를 확장해야 하고, 내 자식, 내 식구들 성공, 출세를 위해서 헌금하고 기도한다. 심지어 목사님 안수기도를 먼저 받기 위해서 새치기 하고, 내 자식을 먼저 밀어 넣는다. 참 불쌍하고, 천박한 민족이 되어 버렸다. 양반 문화에도 좋은 점들이 있을텐데... 그건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2) 할머니에게만 엉기는 딸. 할머니가 안 계신 첫 날은 칭얼거림이 심했지만, 그 이후 이틀은 괜찮았다. 칭얼거림이 덜했다는... 아주 다른 아이가 되었다. 할머니를 보자마다 다이 그 모습이 나온다. 흠. 걱정이다 걱정... 할머니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이런 부작용이...
(3)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돌잔치는 너무 소박했다. 좀 더 '썼어야' 했다. 왜 그랬을까?
(4) 학생,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가르친다. 대개 대학까지... 대학의 비전들은 하나같이 어머어마하다. 세상을 바꿀...진리... 대학 졸업 이후의 현실은 그것과 거리가 멀다. 멀어도 너~무 멀다. 대학 입학 이전에 직장생활 등 사회로 진출한 이들, 대학 졸업생들 대부분의 직장생활, 사회생활은 대부분 단순한 일이다. 그저 큰 기계이 톱니바퀴 같은... 큰 꿈을 꾸도록 '강요'하다가 그들이 '현실
이 좌절할 때 해 주는 일은? 새로운 꿈을 주입한다. 너도 할 수 있어. 네 인생을, 네 마음껏 살아봐... 정말 그렇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한데 그 가능성을 보고 살란다. 이건 뭐 공공연한 로또 권장이다. 어쩌면 단순하고 소박한 직장생활로는 만족할만한 인생을 살기 힘들기 때문에 헛꿈을 더 주입하고, 권장하는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졸업한 후 중소기업, 공장에 다디면서도 여유있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세상을 바꾸는 헛꿈을 강조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겠다. 큰 성공을 하지 않으면 loser가 되는 현실... 그 현실을 외면하는 헛꿈, 비전... 따위들... 교회의 가르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교회가 그런 일에 앞장선다. 한국 사회와 교회의 모습의 싱크로율은 대단히 높다. 매우 재미있는 현상이고 이건 내가 연구해보려고 했으나 - 다행하게도^^ - 김진호 목사님이 이미 해 놓으셨다. 여하튼... 청년들이여 야망을 갖지 않아도 된다라고 이야기해주는 사회가 더 인간적이고 살만한 세상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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